Hong, Jiyeon
홍지연 (b.1972)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8 <홍지연 - 60화랑 재개관전> 60화랑_서울
2017 <네가 누구든> YTN ART SQUARE_서울
2016 <짧고 놀라운> 리서치 & 아트 갤러리_서울
2015 <징후의 고고학> 갤러리 바이 더 하버_홍콩by the Harbour
2014 <사건의 재구성> 갤러리 가회동 60_서울
2009 <Boxing Memory>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_서울
2007 <the stuffing show> 인사아트센터_서울
1999 <이십세기 토탈 박제쑈> 토탈 미술관_경기
<믹스믹스> 녹색갤러리_서울
1997 <wonder-full-world> 한전 프라자_서울
1996 <낯설은 풍경> 화랑 이십일세기_서울
주요 단체전
2018 <김지평 홍지연 전> 갤러리 유아트스페이스_서울
<민화 아트페어 특별 초대전> 세텍_서울
2017 <백화점, 百畵店> 양주시 시립 장욱진 미술관_ 경기
<Trans_Space> 아트 스페이스 그루브_서울
2016 <자화상> 갤러리 토스트_서울
2015 <무현금-전통과 현대의 조우> 철박물관 전시장_ 충북 음성
< 재현의 재현 해석의 해석_ 김종숙, 홍지연, 미아오 샤오춘, 최종식 4인전> 갤러리 나우_서울
<Living with Pop> GS칼텍스 예울마루_여수
<Giving My Heart to Snoopy> 롯데 백화점_서울
<우리 문화의 멋과 민화>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_경기
<어반 에코 – 3 회 보네이도 아트 팬 전> 가나 인사아트센터_서울
<아트쇼 부산 2015> BEXCO_부산
<우리관 로비전> 국립 민속 박물관 로비_서울
<Be My Love> 롯데 갤러리 영등포점_서울
2014 <색채의 선물-홍지연전> 롯데 갤러리 광복점 오픈갤러리_부산
<마흔 넘어서 붓 놓긴 글렀어> UNC 갤러리_서울
2013 <탄생·誕生·BIRTH> 양평군립미술관_경기
<향기가 움트다> 일우스페이스_서울
<가나 30주년 기념 전시 Gana 30th Anniversary Celebration Exhibition> 가나아트센터_서울
<By Your Side> 갤러리 아트 앤 썸머_부산
2012 <Power of Inner Mind> 소울 아트 스페이스_부산
<색x예술x체험4 : 무늬, 文樣, Pattern> 고양 어울림누리 미술관_경기
<김은주 홍지연 2인전‒Two in One> 갤러리 미고_부산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 롯데갤러리 안양점_경기
2011 <애니멀 팜> 장흥 아트 파크 미술관_경기
<G Seoul-Art Premium> 더 라움_서울
<길에게 묻다 - About Seeing The Painting> 갤러리 잔다리_서울
<현대백화점 미아점 10주년 기념 10인 열전> Gallery H 미아점_서울
<[상:像 상:想] 형상에 시선이 머물다> 갤러리 터치아트_경기
<미의 미학_선과 색>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_서울
<시화일률전> 가나아트센터_서울,부산
<My Oasis> 대백 플라자 갤러리_대구
2010 <SOAF- Seoul Open Art Fair> 무역센터 coex hall_서울
<Made In Popland> 국립현대미술관_경기
2009 <호랑이는 내 친구> 장흥아트파크 레드관_경기
<인사미술제-한국의 팝아트> 선화랑_서울
<온고지신> 가나아트센터_서울,부산
<Peperony Syndrome> 맥화랑_부산
<Hong Kong International Art Fair> Hong Kong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_홍콩
<화랑미술제-부산> Bexco_부산
2008 <SUN contemporary 0809>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_서울
<멀티플아트 러버스 Multiple Art Lovers> 대구 MBC 갤러리M_대구
<현대아트페어 –낭만의 꿈, 펼쳐진 꿈> 현대예술관 미술관_울산
<The Bridge-가나아트 개관 25주년 기념전> 가나아트센터_서울
<Shuuemura and Artists> Shuuemura NewYork_뉴욕
<정PD, Little 사치> 케이앤갤러리_서울
<Brand New> 유진 갤러리_서울
<ArtSingapore-The Contemporary Asian Art Fair> 썬텍컨벤션홀_싱가폴
<Tokyo Hotel Art Fair> Hotel New Otani Tokyo_도쿄
<영산강 3백50리 답사기행전> 신세계갤러리_광주, 나주시 문화예술회관_나주
<Bongartgallery 개관기념전> Bongartgallery_서울
<Meme Trackers> 송장미술관_북경
<천송이 꽃을 피우자> 인사아트센터전관_서울
<Bridge Artfair> 뉴욕
2007 <모란 이후의 모란> 대전 시립미술관_대전
<No Bounds> 갤러리 선 컨템퍼러리_서울
<꽃,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고양 아람미술관_경기
<박물관에 꽃 피는 날> 국립 공주 박물관_공주
<Paris Artcurial Cutting Edge> artcurial_파리
<To the furthest verge-데비한_홍지연_신동원 > I myu project_런던
<The best of the best 20> 인사아트센터_서울
<달아> 가람화랑_서울
2006 <스페인 아르코 비엔날레> 마드리드_스페인
<미국 소더비 미술품 경매> 뉴욕
<북경 국제 화랑 미술제> 북경
<시와 그림-꽃 피우다> 인사아트센터_서울
<갤러리 이안 개관 기념전> 대전
<제4회 한국국제아트페어> koex 인도양홀_서울
<한국의 향기> 대구 문화 예술 회관_대구
<pre-국제인천여성미술제, 숨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_인천
<돼지그림전> 가나아트갤러리_서울
2005 <갤러리 도스 개관 기념전> 갤러리 도스_서울
<팝팝팝> 가나아트센터_서울
<메리 크리스마스 프렌즈>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_서울
<세화 견문록> 예술의 전당_서울
<야 꽃이다> 제비울 미술관_과천
2004 <스피릿> 갤러리 키미_서울
<야 꽃이다> 제비울 미술관_과천
<조화화조> 가나아트센터_서울
2003 <문신가게> 갤러리 아티누스_서울
<미술과 놀이> 예술의 전당_서울
<믹스 앤 매치> 경기문화재단_경기
<일렉트릭 파워> 한전플라자 갤러리_서울
<플라워 제너레이션> 갤러리 아티누스_서울
<생각하는 거울> 세종문화회관_서울
2002 <미술로 보는 스포츠와 놀이> 세종문화회관_서울
<캐릭터 천국> 인사아트센터_서울
<스피릿> 갤러리 키미_서울
2001 <복점> 갤러리 사비나_서울
<패러디, 리메이크, 퓨전> 성곡 미술관_서울
<제 1회 사진․영상 페스티벌> 가나아트센터, 토탈 미술관_서울
2000 <서양 미술사전> 공평아트센터 전관_서울
<이미지 미술관> 문예진흥원 미술회관_서울
<제 3회 광주비엔날레 영상전> 광주 민속박물관_광주
<새천년 324전> 서울시립미술관_서울
<해양 미술제, 바다의 촉감> 세종문화회관_서울
<미디어 시티_인 서울: 디지털 앨리스> 서울시립미술관_서울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 명동화랑_서울
1999 <이발소 그림전- 액자속의 낙원> 신세계 갤러리_서울
<저공비행> 대안공간 풀_서울
<기찬 수작/ 개인사 박물관> 인사 갤러리_서울
<젊은 작가 7인의 인스톨레이션> 화랑 이십일세기_서울
<여성 남성 거꾸로 보기> 성곡미술관_서울
<1997 제 1회 환경 미술제> 코엑스_서울
<칼라풀 인생게임> 갤러리s_서울
<동세대가 추천한 차세대전> 관훈 갤러리_서울
<가칭 삼백개의 공간전> 서남 미술관, 담 갤러리_서울
작품소장
국립 현대 미술관, 주 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 주 스리랑카 대한민국 대사관, 하나은행, 겐조 코리아, 아모레 퍼시픽, 대한민국 국회 의사당,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Musée d´art contemporain de Montréal), 슈에무라 뉴욕 (Shuuemura Newyork), 네이버, 제주 롯데 아트 빌라스, 쉐라톤 서울 디큐브 호텔, 울산 대법원, 인천 가정법원, 현대 해상, KAIST 경영 대학원 외 개인 소장 다수
전시 외 활동
2006 장흥아트파크 아뜰리에 입주 작가에 선정, 차후 3년간 활동
뉴욕 소더비 작품 경매
2007 월간 아트인 컬쳐 1월호 표지 작품
행복이 가득한 집 1월호 표지 작품
문화 관광부 해외 홍보 책자의 올해의 작가
2008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개발 참여
2009 김지하 시집 <못난 시들> 표지 작품
행복이 가득한 집 표지 작품
2009~2010 1년간 캄보디아 거주, 교육 봉사
2010 LG 후 와의 콜라보레이션 (비첩 자생 에센스 리미티드에디션)
뉴욕 슈에무라 Shuuemura-USA 신상품 론칭에 이미지 사용
2010~2014 유한양행 사보 <건강의 벗> 표지 작품
2011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 로비 작품 설치
2012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에너지 절약 운동에 재능 기부(이상봉, 박재동, 은병수, 정고암, 홍지연)
포탈 네이버 로고아트 프로젝트 <추석에 만난 작가>
한국 존슨스 그레이드와의 콜라보레이션
2013 서울시장배 감사패 수상
행복이 가득한 집 7월호 표지 작품
한국 머크 가 지원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
2014 이외수 장편소설 <황금비늘>개정판 표지 작업
울산 대법원 3층 로비 작품 설치
2015 인도 바로다 아트 캠프 참여
아모레 설화수 와의 콜라보레이션
벤타 코리아 보네이도 팬 과의 콜라보레이션
스누피 탄생 60주년 콜라보레이션
YTN 사보 표지 작품
인천 가정 법원 작품 설치
2016 현대해상 신사옥 로비 작품설치
2017 아모레 설화수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정관장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2018 쌤쏘나이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1999년 이전의 활동
1993 사천오백리전 (사각갤러리)
1994 헌화가전 (관훈갤러리)
1995 사기와 허위전 (인데코화랑)
1996 From Wawoo (관훈갤러리)
1997 제1회 강남 환경 미술제 (KOEX)
1997 칼라풀 인생게임 (갤러리 S)
1997 동세대가 추천한 차세대전 (관훈갤러리)
1997 가칭 삼백개의 공간전 (마포 서남미술관, 담갤러리)
1998 기찬 수작전 (원서갤러리)
1998 젊은 작가 7인의 Installation (이십일세기 화랑)
1998 여성 남성 거꾸로 보기 (성곡미술관)
1999 이발소 그림전-액자속의 낙원 (신세계갤러리, 광주, 인천점 /퓨전 갤러리)
1999 저공비행 (대안공간 풀)
1999 기찬수작-개인사 박물관 (인사갤러리 전관)
1994-95 세계일주 여행 후 여행기 나우누리 연재
1995 CF야외무대 세트 제작 (금강제화 THINK PINK)
1996 강남환경미술제 개막 이벤트 야외 무대 제작
1996 현대 무용 '우리시대의 춤' 무대 제작 참여 (예술의 전당)
1998 Music Video (Group Save) 무대세트 제작
1998 월간지『Computer Art』미술강좌 연재
1999 연극 페스티발 '미술과 연극의 만남' 기획 참여
1999 월간미술선정 차세대 미술가
B.F.A. Hong Ik University, Seoul
M.F.A. Hong Ik University Graduate School, Seoul
Solo Exhibitions
2009 <Boxing Memory> Gallery Sun Contemporary, Seoul
2007 <the stuffing show> Insa Art Center, Seoul
1999 <20C Total Stuffing Show> Total Art Museum, Gyeonggi
<Mix Mix> Gallery Noksaek, Seoul
1997 <Wonder-Full-World> KAPCO Plaza Gallery, Seoul
1996 <Strange Scenery> Gallery 21C, Seoul
Selected Group Exhibition
2012 <Two in One> Gallery MIGO, Busan
<Modern Reinterpretation of Tradition> Lotte Gallery anyang, Gyeonggi
2011 <Animal Farm> Jangheung Art park Museum, Gyeonggi
<G Seoul-Art Premium> The RAUM, Seoul
<Ten Artists> Gallery H Miah, Seoul
<[Form:像 View:想] In the Eye of Imagery> Gallery Touchart, Gyeonggi
<An Aestics Journey on Beaty> In.ter alia Art Company, Seoul
<Poetry and Art> Gana Art Center, Seoul, Busan
<My Oasis> Daebaek Plaza Gallery, Daegu
2010 <SOAF- Seoul Open Art Fair> Coex hall, Seoul
<Made In Popland>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Gyeonggi
2009 <Tiger, My Friend> Jangheung Art park Museum Red Gllery, Gyeonggi
<Korean Pop Art> Gallery Sun , Seoul
<Review the old and learn the new> Gana Art Center, Seoul, Busan
<Peperony Syndrome> Gallery Mac, Busan
<Hong Kong International Art Fair> Hong Kong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 Hong kong
<Gallery Artfair> Bexco, Busan
2008 <SUN contemporary 0809> Gallery Sun Contemporary, Seoul
<Multiple Art Lovers> MBC Gallery M, Daegu
<Hyundae Artfair> Hyundae Art Museum, Ulsan
<The Bridge> Gana Art Center, Seoul
<Shuuemura and Artists> Shuuemura New York, New York
<Jeong PD, Little Sachi> KN Gallery, seoul
<Brand New> Eugene Gallery, seoul
<Art Singapore-The Contemporary Asian Art Fair> Suntec convention hall, Singapore
<Tokyo Hotel Art Fair> Hotel New Otani Tokyo, Tokyo
<Exploring Yongsan> Sinsaegye Gallery, Gwangju, Culture & Art Center, Naju
<Bongartgallery Opening Show> Bong Artgallery, Seoul
<Meme Trackers> Songzhuang Art Center, Beijing
<Let a thousand flowers blossom> Insa Art Center, Seoul
<Bridge Artfair> New york
2007 <Peony after peony> Daejeon Museum of Art, Daejeon
<No Bounds> Gallery Sun Contemporary, Seoul
<Flower, About the beauty> Goyang Aram Museum, Gyeonggi
<The Flower blooms in Museum> The National Museum of Gongju, Gongju
<Paris Artcurial Cutting Edge> artcurial, Paris
<To the furthest verge> I myu project, London
<The best of the best 20> Insa Art Center, Seoul
2006 <Spain Arco Biennale> Madrid
<Sotheby′s Auction> New York
<Beijing art fair> World Trade Center, Beijing
<Poetry & painting‒blow> Insa Art Center, Seoul
<The Opening Exhibition of Gallery IAN>Gallery IAN, Daejeon
<The 4th KIAF> Coex, Seoul
<The scene of Korea> Daegu Culture & Art Center, Daegu
<International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incheon
<Pig Painting> Gana Art Center, Seoul
Artist Statement
이번 전시 작품 중 대다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추억에 관한 것이 될 수도 있고 관념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체계적인 두뇌의 분석활동을 거치지 않고 기억으로 생생이 남는, 일명 충격으로 인한 뇌 손상 격인 ‘섬광기억’같은 것도 기억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과거의 수많은 경험과 지식들이 뇌 속에서 잘 분리 정돈되어 있다가 필요한 시점에 재조립되어 현현된다. 그 과정에 고유했던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 외에 자의식에 더불어 축적되어 있던 학습된 사고도 끼어들어가는 것이니 나의 기억이 어디까지가 진실인가에 의심을 가할 수밖에 없다.
고집스런 자아마저도 외부에서 취해 축적해놓은 관념과 지식들에 개인적인 성향을 약간 버무려 조성하는 사회적인 산물일 뿐이라 믿는 나이며, 유독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져 여러모로 애를 먹고 있는 나이기에 기억을 축적하는 이유와 그 방법은 항상 흥미로운 문제이다.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기존 기억에 의해 훼손된 기억이 또 다른 기억에 관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왜곡된 기억들은 쏟아져 나온다.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기억은 여러 가지 산발적인 사실들을 취합하고 정리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일 작품 중 인위적으로 왜곡한 개인적인 추억을 담은 ‘boxing memory'와 보는 이들마다 다른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화두를 던지는 숫자 엠블렘 시리즈는 기억하는 ’과정‘ 자체를 문제화하는 작품들이다. 37이나 49같이 일상에서 익숙한 숫자를 보면서도 저마다 다른 경험에 의한 각각의 다양한 기억들이 도출될 것이다. 이 숫자는 지금 내 나이일 수도, 학창시절 내 번호였을 수도 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저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전작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다루어 왔던 ’박제‘ 연작들은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 진실이 되어버린 규범, 진리, 믿음에 대한 회의를 표현하고 있다. 나 혹은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과거를 정리하는 순간 각색되고 편집된 기억들은 곧 진리가 되고 역사가 된다. 합의에 의한 진리가 탄생하면 우리는 그것을 두뇌 속에 고이 진리딱지를 붙인 병에 넣어 저장하는 것이다. 이 양념소스는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때 뿐 아니라 개인적인 사고와 생활을 할 때마저 활발히 역할 한다.
나의 작업은 고정된 것들을 흩트려놓는 소박하고 소심한 몸짓이다. 확정된 것들을 해체하여 재조립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억의 형성과정과 일면 닮아있다. 이 일련의 작업들은 시비판단에 대한 정의감이 아니라 유연성에 대한 갈증에 그 이유가 있다.
그저 진리의 실체는 불확실성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9년 여섯 번째 개인전 boxing memory에 관한 노트 홍지연
내게 모란도는 머리와 눈을 동시에 즐겁게 해주는 대상중 하나이다.
민화 속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형태들은 저마다의 유형과 약속된 의미체계를 가지고 있다.
모란이 상징하는 부귀안락이나 남녀 화합 등의 의미는, 모란도를 바라보는 시선에 학습이나 경험에 의해 이미 깔려 들어와 있게 마련이다.
이 지점에서 나의 모란도는 다시 시작된다. 모란도의 기본 틀을 취하여 기존의 의미구조를 빌려오고 있으나,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이미지에 대한 상식 또는 관념’위에 또 다른 의미를 부드럽게 결합하여 이중적 의미코드를 생산해낸다.
‘(불길한) 징후’에서 모란 숲 사이를 일렬로 날아 피신하는 새들의 행렬로 안락과 불안을 동시에 표현한다거나 ‘레퀴엠’에서 모란이 진혼곡의 음표로 변환된 것들이 그러한 예이다.
편안해 보이나 그렇지 않은 것, 익숙해 보이나 생경한 것, 나의 그림은 작은 단위의 이분틈새에서 정체 없이 유영하길 바란다.
Review
민화를 텃밭으로 한 경계 넘기와 기억풀이
홍경한(미술평론가)
작가 홍지연의 작업을 관통하는 표상은 민화이다. 주택사의 발달과 더불어 발전하였고 집안의 장식이나 행운을 비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실용성 강한 그림인 민화가 홍지연 작품의 주된 기표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내적으로도 그의 그림은 민화의 특성을 따른다. 즉, 현세에서의 행복을 비는 우리들의 솔직하고 소박한 심정이 기교 없이 들어 있던 옛 그림의 양식을 접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 삶에 대한 사랑과 친근감이 잘 나타나 있다는 점, 익살스럽고 소박한 형태를 가지며 희망적이고 정감 어리다는 사실에서도 작가의 작품은 민화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의 그림에서 전통 민화 속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이미지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봉황, 호랑이, 해태, 연꽃, 토끼, 닭, 거북이, 매화, 모란 등의 각종 문양과 동식물들이 수놓아지고 주제나 표현의 자유로움, 단순화하거나 과장된 표현법, 다원의식, 다시점의 도식, 대범한 경향과 관조적인 형식을 활용한 원색의 강렬함 등의 조형원리에서도 그의 작품은 민화가 지니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온전히 습속 된 민화의 가치만을 쫒지는 않는다는 것이 차별지점이다. 그보단 현대적인 번안 혹은 번역으로써의 예술성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옳다. 일례로 홍지연 작품에선 현대인들의 다양성이 작가 자신의 의도 아래 접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다양성은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민화적인 소재와 당대 일상적인 소재가 어우러진 상태로 발현되며, 이는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채를 통해 구축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stuffed flower series>(2007)시리즈에서부터 십이지간을 작가의 의도에 맞게 재조립한 <the stuffed chicken>(2007)연작 등이다.
절 만(卍)자를 형상화 한 <emblems-peony fylfot>(2008)를 비롯한 일련의 작품들, 그리고 십자가를 꽃으로 채운 <emblems-rose cross>(2008), 사랑의 이미지를 도식화 한 <moving heart>(2009) 등에서도 변함없이 작가만의 탈구축적 경향은 이어진다. 때론 생사의 문제까지 언급하는 이 모든 작품들은 단순히 옛 그림을 전수받아 묘사하거나 재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것으로, 서양화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동시대적인 도식으로 전개하며 새로운 민화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물론 작금의 그림들도 그 범주에 놓인다.
그러나 홍지연 작업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시공에 대한 단상과 기억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이며, 나아가 작가 자신을 둘러싼 삶의 사유가 배어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다면적, 다시점적인 도상 위에 터를 잡은 이미지들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현대적인 사물들이거나 민화와는 무관한 것들인 반면, 누군가에겐 회상과 회고를 불러오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동시대의 다원성을 설명 대신 ‘상징’으로 기록하고, 민화적인 것에 종속되지만은 않는 경계 없는 조형언어들은 근경과 원경 구별 불가능한 화면마냥 넓은 상상을 촉발한다.
때문에 그의 그림들은 현실성을 띠다가도 또 다른 측면에 드리운 사고의 촉매를 건드려야만 작업의 본질을 열람할 수 있다. 이는 흡사 시공이 따로 없고 과거와 현재, 어제와 오늘, 전통과 현재(민화적 차용과 현대적 번안), 멈춤과 지속이 동시에 유효한 것과 같다. 그런 차원에서 홍지연의 작업은 만복과 축원을 기원했던 우리 민화가 내재하고 있는 진정성,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 초월의 의미를 지닌 기표임에 틀림없다.
이번에 선보이는 YTN 표지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놓인다. 임금이 앉는 용상의 뒤편을 장식한 그림인 일월도(日月圖) 또는 일월오봉산도(日月五峯山圖)를 배치해 정론을 지향하는 언론으로써의 위엄을 지정하고, 두 마리의 새를 통해 행복과 복을 기원하는 동시에 비상하는 매체의 의미를 수록했다. 특히 달 문양을 YTN로고로 대신한 부분은 재치 있는 설정이랄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하는 세상을 향한 참되고 값진 기원의 의미가 깃들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민화 위에서 춤춘다,
민화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세계적이다. 고정된 틀에 가두지 않고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만들어낸 작품, 그 속에는 만물이 존재한다.
글 김정원
우리의 옛 정서가 녹아 있는 민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 홍지연. 모란‧연꽃‧나비‧새 등은 지극히 한국적이고 친숙한 소재지만 이것들이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듯 강렬한 색과 만나게 될 줄 그 누가 상상 할 수 있었을까.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서양을 넘나드는 민속적 요소까지 추가하면서 단박에 ‘홍지연’작품이라고 떠올릴 만큼 독특한 회화 장르를 구축했다. 민화라는 소재를 선택하게 된 것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갈증이었다. 건축업에 종사한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낸 그녀에게 민화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왔고, 다양한 회화적 시도를 위한 발판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진다는 그녀는 늘 고정된 가치나 경계 허물기를 강조해왔다. 그녀의 작품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알게 된 각 나라의 역사‧문화‧종교 등의 요소가 녹아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류문명이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임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기 위함이다. 하나가 되는 과정은 화려한 원색으로 표현했다. 색의 선택, 소재의 배치 모두 즉흥적이다. 때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들이 부딪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신선한 에너지를 내뿜는데, 작가는 이런 순간을 즐긴다. 작품 위에서 뛰어노는 색들과 여러 요소의 결합, 어찌 보면 ‘정체불명’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어울림이 세상 사는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2015 개인전 <징후의 고고학>
그림은 작가의 심리적 표상(repregentation)이며, 표상 안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 변화의 징후(signs)들이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그 징후에 관한 이야기이다.
홍지연의 경우 그림은 작가의 상태를 반영하는 심리적인 거울이며, 거울은 작가의 상태에 따라 왜곡된다. 왜곡된 거울은 그림에서 각각 독특한 징후를 만들어 내고 징후를 읽어내는 것이 작품의 해석이 된다.
이번 전시는 최근 몇 년간 작가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심리적인 징후들을 왜곡된 거울에서 찾아내어 재구성하는 방법, 즉 고고학적으로 재구성해보려는 의도이다. 감상자는 고고학적 재구성을 통해서 심리적인 징후들을 포착하여 각각의 작품들을 통합하거나 연결하거나 재구성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낸다.
징후를 찾아내고 재구성하고 맥락을 새로이 하는 일을 통해서 작품은 무한히 열리게 된다.
Alongside with various Korea Festival events happening at Harbour City, Gallery by the Harbour is pleased to present “Archaeology of Symptoms”, an art exhibition by Korean artist Hong Ji-Yeun this autumn. This is the first solo exhibition of her in Hong Kong. 12 carefully selected paintings from the artist’s collection will be displayed at Gallery by the Harbour from 22 September to 13 October 2015.
Having a keen interest in Korean folk paintings, Hong often creates vibrant works that combine Oriental motives and Western techniques. The incorporation of these elements reflects her multicultural experiences in Europe, Malaysia and Korea, and offers new perspectives to traditional art. Acclaimed as “pop art color abstract painting”, her works present distinctive colour compositions and a unique artistic statement that attempt to draw individuals’ reinterpretation of familiar objects.
The exhibition consists of works that reflect artist’s interests in re-composition and re-assembly for the last few years. In the title, “Archaeology of Signs”, Hong uses the term, “Signs” as symbols caused consciously or unconsciously by the events, memories, experiences, and traditions surrounding herself and the images fabricated by being combined or juxtaposed, remaining as a very personal, archaeological result.
Born in 1972, Hong obtained both her bachelor’s and master’s degree in painting from Hong Ik University in Seoul. Besides paintings, she has also been creating in various art forms including sculpture, stage art and film. Her works are well received and collected by embassies and institutions such as The Korean Embassy in Madrid, Spain, The Korean Embassy in Sri Lanka, Hana Bank, Kenzo Korea, The National Assembly of the Republic of Korea, Musée d´art contemporain de Montréal, Shu Uemura New York, Naver Corporation.
민화가 개입된 사건의 재구성
글 | 박정원 편집팀장
발단
홍지연 작가는 미술과 문화에 있어서 과거의 역사로 남은 사조 및 양식에 대해 현대적인 관점으로의 해석과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 일련의 작업들 중 하나가 민화시리즈이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는 주로 서양미술사와 종교화 도상 등의 이미지들을 혼성·조합시켜 봉제인형으로 만들어 팝아트 느낌의 설치작업을 하였다. 2002년부터 홍지연의 작품에 등장한 ‘민화’는 당시 여러 나라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문득 느꼈던 정체성의 모호함에 의문을 가지게 되어 찾은 소재였다. 그는 과거 민화가 개인의 영역에서 확장된 군중 문화라는 점이 현대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직감하였다. 홍지연의 작업은 역사적 산물인 사조와 전통이 현대와 만나 벌어지는 경계 지점에 대해 민화를 소재로 연구하는 동시에, 민화를 끌어들여 소시민과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개
홍지연의 민화 연작은 그가 민화를 알아가면서 다루는 방법의 변천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분히 기호학적 성향을 지닌 민화는 홍지연에게 알레고리의 집합체로서 ‘읽는 그림’으로 작용했다. 처음 3년간은 전적으로 민화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그의 초기 민화 작품은 색에 변화를 주되 민화의 틀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홍지연은 전시를 통해 민화를 매개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거나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여 새로운 것이 생성되어가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현재를 사는 태도와 관점을 엿볼 수 있다. 홍지연은 민화가 이미 생명을 다한 과거의 산물일지라도, 당시 민중의 문화 활동이라는 점이 현실적 개입이 가능한 틈새였다고 한다. 그 틈새를 파고들면서 시간이 지나 고착화 되어버린 역사적 관념에 대한 익숙함과 현대 사회에서 단시간에 너무 많은 자극으로 인해 무뎌진 감각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작품이 과거 민화의 방식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작품 속에 민화가 개입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의 전개로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데 있다. 홍지연은 개인전 ≪The Stuffing Show≫(2007), ≪Boxing Memory≫(2009), ≪Banding Field≫(2014)에서 보여준 민화 연작은 스토리를 가지되, 같은 주제 안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민화라는 소재를 갇혀 있는 사조로서 화면에 부정적으로 존재시키지 않고 그 틀에서 자연스럽게 해방시키고 있다. 이것은 동시대적 현상과 주관적인 관점을 작품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그 안에서 민화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성과 자율성을 획득한다.
단서
2014년 10월에 열린 홍지연 개인전 《사건의 재구성》은 13년간 진행해 온 민화 연작의 새로운 버전으로 사건과 단서를 둘러싼 정황을 민화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사건이 일어난 지점에서 확장되고 동떨어진 화면에서부터 집중되며 시선을 이끈다. 홍지연 작가는 보이지 않는 힘의 이동을 주시한다. SNS의 확장적 개념인 작품 〈사건의 재구성〉과 동서양, 과거와 현대가 한꺼번에 공존하는 〈힉스의 정원〉은 시선이 집중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힘의 중력이 강하게 생긴다는 현대물리학과 양자역학 현대물리학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와 동시에 민중이 주축이 되어 발전해 온 특별한 문화인 민화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민화는 그 계보와 역사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지만 과거와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넘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이야기로 증폭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신작 〈가제, 독신자아파트 part 2-1〉과 〈가제, 독신자아파트 part 2-2〉에서는 네팔, 태국, 인도, 멕시코 등 아시아 각국을 아이콘으로 상징화시켜 연기와 불을 사용하여 문화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고, 영원을 의미하는 복숭아 나무를 이용함으로써 시공간의 유연성을 표현하였다. 이쯤 되면 홍지연 작가가 13년간 작업을 해올 정도로 민화에 대한 소재가 무궁무진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민화 자체의 속성이 현대인들의 성향과 동시대적 미감이 시공간을 넘어 서로 공감을 얻을 만큼 보편성과 현실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홍지연의 민화 연작은 지금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결
누가 이 시대를 정의내릴 수 있을까? 넓게 보면 현실과 과거, 예술 장르에서 보자면 미술사조와 컨템포러리 아트와 같은 물리적·개념적으로 충돌하는 무한한 시공간은 현실에서 다양한 관점과 생각에 따라 새로운 변주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홍지연 작가는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출연 배우들처럼 민화의 속성과 기법을 보다 적절하게 쓰는 방법에 치중하고 있다. 그는 작품이란 작가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밀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2015년부터는 그동안의 민화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그동안 해왔던 작업을 종합적으로 펼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민화를 중심으로 한 평면작업뿐만 아니라 설치작업이 혼재된 형식과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민화의 이미지에 신세를 지고 있다”고 말하는 홍지연은 어쩌면 현대적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동시에 현대미술에서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창작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여전히 ‘경계’를 찾아나서는 예술가이다.
권영진 . 미술사
1990년대 후반 미술사 인형 연작, 가면 연작 등 팝적인 이미지의 설치작업을 발표하며 등장한 홍지연이 이후 민화 이미지를 차용한 회화작업에 매진한 지 10여년이 되었다. 1990년대 이른바 ‘신세대’문화라고 지칭할 만한 현상에서 두각을 보였던 홍지연이 어느덧 설치작업 10년, 회화작업 10년, 총 20년 화력을 회고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1990년대는 앞선 시대의 억압적 정치 현실에서 벗어난 한국의 청년 세대가 소비사회와 대중문화의 새로운 감각을 가볍고 경쾌하게 즐기기 시작한 ‘신세대문화’의 기점으로 언급된다. 대학생 집단 내에서는 학생들의 정치사회적인 개입과 관심이 퇴로하면서 뚜렷한 분기점을 형성하는 지점으로 언급된다. 1990년대 전반 홍익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홍지연은 진중한 민족의식과 사회적 부채의식에서 벗어난 첫 세대의 작가였던 셈이다.
1990년대의 신세대는 가볍고 경쾌하게 대중문화 시대의 시각이미지를 즐기기 시작했고, 이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홍지연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구분을 막론하고 팝적인 이미지, 키치적인 혼성에 주목하여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을 설치작업에, 이후 10여 년간을 민화작업에 매진해왔다. 설치와 회화, 입체와 평면을 막론하고 홍지연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지점은 익숙하고 평범한 이미지, 이미 완성되어 무수히 복제되고 흔하게 통용되는 이미지에 있었다. 그것이 서양의 경우라면 미술사의 유명한 걸작 이미지, 대중문화 시대의 폭주하는 시각영상의 이미지일 것이며 동양의 경우라면 민속미술의 영역에 속하는 민화의 이미지일 것이다. 홍지연은 이미 익숙하여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이미지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언뜻 그의 그림은 흔히 보던 민화 이미지의 재연처럼 보인다. 달이 있고, 해가 있고, 모란과 연꽃, 원앙과 나비, 복숭아와 호랑이, 매화와 곤충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홍지연이 이런 이미지들을 가지고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그림 그리는 재미를 잃지 않았던 것은 그러한 이미지들이 작동되고 구성되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범한 민화의 모티브들은 그가 최근 깊은 인상을 받은 ‘힉스 입자’를 설명하기도 하고,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꼬리를 물고 말이 퍼져나가는 상황을 재연하기도 하며, 일인 주거 시대의 고립된 존재들을 시각화하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익숙한 레디메이드의 민화 모티브들은 홍지연의 이미지 폴더 속에 차곡차곡 저장됐다가, 그가 소환하는 대로 불려나와 천연덕스럽게 새로운 민화의 시스템으로 재구성된다. 상투적인 이미지들이지만 개인적인 기억을 풀어내는 방식이 되기도 하고 사회적인 코멘트의 통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21세기 홍지연식 버전으로 재활용된 민화의 모티브들은 민화를 표현의 도구로 삼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게 화면을 구성하는 토대로 삼으면서 제대로 리뉴얼되었다. 농익은 원색의 향연으로 펼쳐지는 홍지연의 정밀한 민화연작은 이러한 ‘민화의 재구성’이라는 방식으로 구동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것이 작가 자신에게 그림 그리는 기쁨을 주었으며 회화적 구성의 기본적인 룰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