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 Yongho
지용호 (b.1978)
2008 뉴욕대학교 대학원 미술과 석사, 뉴욕
2005 홍익대학교 조소과 학사, 서울
주요 개인전
2017 권진규 미술관, 춘천
K 현대미술관, 서울
2016 조이마루, 대전
2014 가나아트센터, 서울
2013 아부다비 F1 경기장,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2011 Mutation, 캔버스 인터내셔널 갤러리, 암스테르담
2010 나는 곧 나의 세계다–두 세계의 만남: 김남표, 지용호 2인전, 가나아트센터, 서울
In Between Imagination and Reality: 지용호, 이환권 2인전, 타임즈 스퀘어, 홍콩
2009 Mutant Color, 소카아트센터, 타이페이
2008 Mutant Mythos, 가나아트뉴욕, 뉴욕
2007 Mutant, 인사아트센터, 서울
주요 단체전
2019 캠페인 전시 CHANGE : 달리보기,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6 Let's dance animal, 창미 미술관, 대만
2012 Keeping It Real! Korean Artists in the Age of Multi-Media Representation,
콜로라도대학교미술관, 불더, 콜로라도, 미국
2011 Power of Making, 빅토리아앤알버트뮤지엄, 런던
Beyond Limits Sculpture Exhibition in the Garden, 채스워스, 더비셔, 영국
Barye to Bugatti, Beeldenaan Zee 미술관, 헤이그, 네덜란드
2010 Fantastic Ordinary, 사치갤러리, 런던
녹색 한국으로부터의 반향, 토탈미술관, 서울
2009 Double Fantasy, 마루가메겐니치로미술관, 마루가메, 일본
괴물시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Works of Wonder, 크라슬아트센터, 세인트조세프, 미시건
The Garden at 4 AM, 가나아트뉴욕, 뉴욕
초콜릿 박스, 장흥아트파크, 양주
2008 가나아트개관 25주년 기념전: The Bridge, 가나아트센터, 서울
고독한 명상, 두산갤러리, 서울
세비야 비엔날레, 세비야, 스페인
2007 I Love New York, 33본드갤러리, 뉴욕
개관기념전, 다니얄마흐무드 갤러리, 뉴욕
2006 카오스, 가나아트센터, 서울
Artist Statement
나의 기존 작업은 『Mutant』라는 주제로 사회, 과학, 윤리, 철학적 내용을 토대로 실제 형태를 왜곡, 강조하여 동물이나 사람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재현에서 벗어나 조각의 본질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춘 보다 근본적인 미적 가치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
이번 작업의 주제인 『origin』은 근원 또는 기원의 의미로, 재현된 것이 아닌 '그것 자체'라는 의미이다. 즉, 나만의 창작물인 순수 형상을 통해서 기존의 형태와는 어떠한 연결 고리도 없이 작업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조각을 해 보고 싶었다. 물론, 신이 아닌 이상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존하는 물질을 이용하여 이에 도전해 보고자 하였다. 특히 뒤샹의 변기 이후로 재료의 폭이 넓어졌을 뿐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것이 미술의 재료가 되었고, 다양한 재료에 관한 나의 관심은 재료들을 다루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Mutant』 시리즈에서는 주로 강한 생명체 표현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인공물인 폐타이어를 선택하게 되었고, 이 재료를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하는데 7년이란 시간이 필요했고 이제는 타이어를 통한 보다 다양한 표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시리즈인 『Origin』은 개념만큼이나 재료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Origin』을 통해 재현된 형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디자인을 시도하자 재밌게도 공상 과학 영화의 인공물과 같은 이미지가 자주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으로 자연물에서 재료를 찾게 되었고, 땅을 느낄 수 있는 재료인 폐타이어와 달리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조개류를 선택하게 되었다. 두 재료 모두 '껍질'이라는 느낌은 같지만, 구부림이 자유로운 타이어와 달리 조개 껍데기는 상당히 딱딱하고 견고하다. 붙이는 방식에 있어서도 타이어는 주로 텍스처가 있는 거친 바깥 부분을 이용한 반면, 조개류는 매끈한 안쪽 부분을 이용하여 인공적인 느낌을 강조하고자 했다.
제작 방식은 단순한 원형이나 타원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형상들을 디자인하고 여기에 생명감, 통일성, 일관성, 충실감 등을 토대로 재구성하여 내가 원하는 형태의 디자인을 도면화시킨다. 이러한 도면을 입체로 옮기면서 형태나 크기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완벽한 대칭의 형태를 원할 때는 기계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주로 수작업을 통해 세부 묘사를 해나간다. 이렇게 완성된 형태를 캐스팅하고 거푸집을 만든다. 이 거푸집 안에 여러 가지 형태로 불규칙하게 쪼개진 조개 껍데기들을 붙이고 그 위에 다시 레진을 부어 고정시킨 후 거푸집을 떼어내면 비로소 『Origin』 시리즈가 완성된다. 이는 기존의 작업 방식과 같은 전통 방식을 따라 가면서 나만의 양식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기존의 작업을 토대로 다음 작업을 구상,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재현과 오리지널 사이의 고민은 지속될 것이다. 나는 아직 '진정한 창조'란 재현된 것인지 재현되지 않은 어떤 것인지, 아니면 그것은 영원한 신의 영역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예술의 고유한 가치(진,선,미)는 불변한다는 것이며, 작가로서 나의 의무는 작품을 통해서 이러한 미적 질서를 보다 풍부하고 다양하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용호
Review
지용호의 작업은 처음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인간은 상징을 사용하고, 상징을 풀이하며, 상징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알린다. 그러므로 예술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된 상징들을 통해 그 시대의 언어를 읽어 낸다. 그런데 그 상징들을 해석하는 일이나, 설명하는 내용들이 상징을 창조한 예술가의 의도와 일치하느냐 하지 않느냐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예술가들에게는 언어적 논리보다는 언어가 도달하거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을 흡수하는 직관에 의해 상징이 창조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용호의 상징 작업은 직관이 작동하는 '어떤 느낌', '떠오르는 뜻', '문득 스쳐가는 섬뜩한 빛'일 수 있다.
● 뛰어난 예술가들은 그가 살아 온 시대를 직관으로 움켜쥐는 능력이 있다. 역사시대의 예술뿐만 아니라 오늘의 시대에서도 그 시대의 기후를 벗어 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낭만주의 시대의 시, 문학, 음악, 미술 등은 낭만주의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도 없고 감상할 수도 없다. 동시대의 예술가들은 서로 다른 장소에 있어도 동시대성의 언어적 상징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용호의 조각을 보고 있으면 상징들은 이 땅에서 인간에 의해 사라져간 짐승들의 분노가 가상현실의 시대에 살아나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강한 근육질의 형상으로 초인적 인간의 문명에 대들며 자신들을 삼켜버린 인간을 되삼켜버릴 것 같은 슈퍼 짐승들이 작가의 손에서 달려들 것 같은 근육질로 살아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 지용호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에게 대들고 있는 상징들은 단순히 짐승들의 멸종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야하는 인간 문명과 문화의 위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의 사냥은 결국 인간 스스로의 세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전쟁놀이는 문명의 발전된 도구들로 인간을 사냥하는 운명의 말기를 향해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다.
● 모든 짐승들을 먹어치우는 몬도가네의 세계에서 산적같이 쌓여있는 뼈들은 마치 폐 타이어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폐차장 같은 인간 운명을 보여주고 있다. 육식동물보다도, '초식인간'이 '육식인간'으로 변한 변종들에 의해 사라진 동물의 뼈들이 타이어의 질기고, 단단한 근육의 옷을 입고 작가의 손에서 살아나고 있는 강렬한 형상이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 타이어는 인간의 다리근육의 확장이다. 예술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잔혹함이 교양과 그럴듯하게 위장된 외모로 인하여 가려진 형상을 폭로하고, 경고하는 예지적 기능을 수행한다.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이러한 상징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상상한다면 과연 그들은 본래의 짐승으로 묘사될 것인가? 아니면 변종의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인간과 싸워 이겨야 하는 새로운 종의 유전자를 소유한 뮤턴트(Mutant)로 인간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집단들로 묘사될 것인가? 후자는 인간의 밀집지역으로 달려와 인간을 멸종시켜 지구에 평화를 가져올 세계로 묘사될 것이다. 결국 인간이 그리는 모든 세계는 인간의 승리로 묘사 되겠지만 그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상징의 세계가 열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 끝으로 그의 작업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언어를 벗겨버린 묵상의 표현을, 언어를 상정하며 대하지 않는 것이 더 깊은 내용의 구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두 개의 약한 다리로 달릴 수 없는 근육의 확장으로 가장 느린 인간에서 가장 빠른 인간으로 정복하는 힘이 되어준 타이어는 다리근육의 확장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그래서 타이어는 그의 작업에서 강력한 힘을 내포하는 근육으로 지각된다.
■ 김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