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Dongjae
이동재 (b.1974)
1999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2002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2017 text, textured_봄(가나아트파크, 양주)
2012 text, textured scene:musician (Eon 갤러리, 서울)
2011 text, textured scene (가나 컨템포러리, 서울)
2009 Two Icons (갤러리 아트사이드 베이징 SpaceⅡ, 베이징)
2008 icon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e Internationale des Arts, 파리)
2007 The Contemporary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4 rice_price (인사아트센터, 서울)
rise, rice (예술의전당, 서울)
2003 씨앗 (갤러리 창, 서울)
주요단체전
2018 post88 올림픽 조각 프로젝트 (소마미술관, 서울)
쇼 머스트 고우 온 (주폴란드 한국문화원, 바르샤바)
한일중 현대미술제 삼국미감 (삼탄아트마인, 정선)
내일의 작가·행복한 꿈 (노화랑, 서울)
얼굴보다 작은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 서울)
2017 100Albums 100Artists (에비뉴엘 아트홀, 서울)
오늘의 시각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예술로 행복에 가치를 더하다 (스페이스 캔, 서울)
부산에 가면 (롯데갤러리 광복점, 부산)
Image Gram (트레이드 아트라운지, 서울)
2016 그림이 있는 동네 책방 (라흰갤러리, 서울)
Total Support for Total Museum (토탈미술관, 서울)
SeMA Collection : 집요한 손_Tenacious Hands (성북구립미술관, 서울)
텍스트 그 이전 (교보아트스페이스, 서울)
시간과 시각 사이 (라흰갤러리, 서울)
2015 Living with pop (예울마루, 여수)
사이 공간 (스페이스 비엠, 서울)
조우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Touching Moments in Macau through Artist's Perspective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Who are you, Face (천안예술의전당, 천안)
2014 DMZ, 통일을 그리다 (에코뮤지엄, 파주)
한국의 초상미술-기억을 넘어서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사람·사람들 (예울마루, 여수)
Fresh ART (롯데갤러리, 안양)
어린이를 위한 현대미술 (가나아트파크, 양주)
2013 Total Support for Total Museum (토탈미술관, 서울)
Contemporary Age (가나아트센터, 서울)
Point Dot (63스카이아트 미술관, 서울)
Hommage à Whanki I _김환기를 기리다 (환기미술관, 서울)
팝 파티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2 몸의 사유 (소마미술관, 서울)
힐링 캠프 (가나아트센터, 서울)
현대미술사용설명서 (포스코미술관, 서울)
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표정의 풍경 (장흥아트파크 미술관, 양주)
2011 인터알리아 2008-2011 (인터알리아, 서울)
확장된 공간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Beyond Limits (신세계 갤러리, 부산)
개화_들곳날곶 (가온갤러리, 인천)
기억의 미래를 좆는 사람들 (가나아트센터, 서울)
2010 사유의 숲 (영은미술관, 광주)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김해문화의전당, 김해)
My Room Our Atelier (가나아트센터, 서울)
Distance_light and dark (스페이스 함, 서울)
신소장작품 2010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9 모나리자의 콧수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손길의 흔적 (갤러리 현대, 서울)
미래의 작가 (노화랑, 서울)
온고지신 (가나아트센터, 서울)
Chocolate box (장흥아트파크 미술관, 양주)
2008 Real illusion (가나아트갤러리 뉴욕, 뉴욕)
POP N POP (성남아트센터, 서울)
이미지반전 (경기도미술관, 경기도)
Meme trackers (송장미술관, 북경)
Let a thousand flowers blossom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e Internationale des Arts, 파리)
2007 언어적 형상, 형상적 언어 : 문자와 미술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ARCO art fair, Spain (후안 카를로스 전시장, 마드리드)
명화의 재구성 (사비나미술관, 서울)
팝콘믹스 (영은미술관, 광주)
상하이 컨템포러리 아트페어 (상하이)
2006 Contemporary Asian Art (소더비 뉴욕)
Cutting Edge (서울옥션, 서울)
10 Faces of DAKS (닥스프라자, 서울)
보헤미안 스페이스 (아르코미술관, 서울)
위시리스트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5 가족 (인사아트센터, 서울)
터치 터치 (광화문갤러리, 서울)
대화_conversation (국민대학교 박물관, 서울)
시간을 넘어선 울림 : 전통과 현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서울)
다이나믹 라이프 (서울올림픽미술관, 서울)
2004 인사아트센터특별전 작업공간 열어보기 (인사아트센터, 서울)
한국현대미술전 미술과 놀이Ⅱ (예술의전당, 서울)
오브제 회화 사물로 그린 그림 (갤러리조선, 서울)
한전프라자10주년기념전 이미지천국 (한전프라자갤러리, 서울)
공간유희 INDOOR&OUTDOOR (가나아트센터, 서울)
2003 가나아트갤러리기획 맛있는 미술관(인사아트센터, 서울, 서울)
대학미술협의회 초청 신진작가전시 시간의 결정 (덕원갤러리, 서울)
Book project-사람을 닮은 , 서울책, 책을 닮은 사람 (금호미술관, 서울)
2002 슈퍼마켓뮤지엄 (성곡미술관, 서울)
2001 2001 - 동방의 빛 (예술의전당, 서울)
덕원갤러리 테마기획전10인의 자연해석 (덕원갤러리, 서울)
2000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인간의 숲, 회화의 숲'(광주)
레지던스
2015 장흥아뜰리에, 장흥
2006-2009 장흥아뜰리에, 장흥
2008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e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환기미술관
OCI미술관
진천종박물관
동국대학교 외 다수
1999 Graduate from Dept. of Fine Arts Dongguk University (B.F.A)
2002 Graduate from Graduate School of Dongguk University (Sculpture Major)
Solo Exhibition
2017 text, textured_bom (Gana Art Park Museum, Yangju)
2012 text, textured scene:musician (Eon Gallery, Seoul)
2011 text, textured scene (Gana Contemporary, Seoul)
2009 Two Icons (Gallery Artside Beijing SpaceⅡ, Beijing)
2008 icon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2007 The Contemporary (Insa Art Center, Seoul)
2004 rice_price (Insa Art Center, Seoul)
rise, rice (Seoul Arts Center, Seoul)
2003 seed (Gallery Chang, Seoul)
Group Exhibition (selected)
2018 Olympic sculpture project Post 88 (Seoul Olympic Museum of Art, Seoul)
The Show Must Go On (Korean Cultural Center in Poland, Warsaw)
Reflections on the Aesthetics of contemporary art in Korea, Japan and China ( Samtan Art Mine, Jeongseon)
Artist of Tomorrow·Happy Dream (Rho Gallery, Seoul)
Smaller than face (Plaque, Seou)
2017 100Albums 100Artists (Avenuel Art Hall, Seoul)
Visualizing Today (Hongik Museum of Art, Seoul)
Add Value to Happiness with Art (Space Can, Seoul)
Busan (Lotte Gallery Gwangbok Store, Busan)
Image Gram (Trade Art Lounge, Seoul)
2016 Book Shop with Painting (laheen, Seoul)
Total Support for Total Museum (Total Museum, Seoul)
SeMA Collection :Tenacious Hands (Seungbuk Museum of Art, Seoul)
Text Before (Kyobo Art Space, Seoul)
Between the time and point of view (laheen, Seoul)
2015 Living with pop (Yeulmaru, Yeosu)
The space between (space bm, Seoul)
Accidental Encounter (Seoul Museum of Art, Seoul)
Touching Moments in Macau through Artist's Perspective (Gana Insa Art Center, Seoul)
Who are you, Face (Cheonan Arts Center Museum of Art, Cheonan)
2014 DMZ, Draw a Reunification (Eco Museum Street of Borderline(CCL), Paju)
Korean Portrait Art - Over the Memories (Jeonbuk Museum of Art, Wanju)
Man·People (Yeulmaru, Yeosu)
Contemporary Art for Children (Gana Art Park Museum, Yangju)
Fresh ART (Lotte Gallery, Anyang)
2013 Total Support for Total Museum (Total Museum, Seoul)
Contemporary Age (Gana Art Center, Seoul)
Point Dot (63Sky Art Gallery, Seoul)
Hommage à Whanki I (Whanki Museum, Seoul)
Pop Party (Insa Art Center, Seoul)
2012 Thoughts on Body (Soma Museum, Seoul)
Healing Camp (Gana Art Center, Seoul)
Instruction of the Contemporary Art (POSCO Art Museum, Seoul)
Chae, Yong-Shin and Korean Portrait Art (Jeonbuk Museum of Art, Wanju)
Face Unlock (Jang Heung Art Park Museum, Yangju)
2011 Interalia 2008-2011 (Interalia , Seoul)
Expanded space (Kepco Artcenter Gallery, Seoul)
Beyond Limits (Shinsegae Gallery, Busan)
Gaehwa (Gaon Gallery, Incheon)
Seekers cf the Future of Memories (Gana Art Center, Seoul)
2010 Woods for Contemplation (Youngeun Museum of Contemporary Art, Gyeonggy)
Pop Art (Gimhae Arts and Sports Center, Gimhae)
My Room Our Atelier(Gana Art Center, Seoul)
Distance-light and dark (space HaaM, Seoul)
New Acquisitions (Seoul Museum of Art, Seoul)
2009 The Mustache of the Mona Lisa (Gwangju Museum of Art, Gwangju)
The Great Hands (Gallery Hyundai, Seoul)
13 Young Artists : Above daily life(Rho Gallery, Seoul)
OnGoJiShin (Gana Art Center, Seoul)
Chocolate box (Jang Heung Art Park Museum, Yangju)
2008 Real Illusion (Gana Art Gallery New York, New York)
POP N POP (Seongnam Arts Center, Seoul)
Negative Image (Gyeonggido Museum of Art, Gyeonggi)
Meme trackers (Songzhuang Museum of Art, Beijing)
Let a thousand flowers blossom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2007 Writing Paintings, Paintings Words (Seoul Museum of Art, Seoul)
ARCO art fair, Spain (Juan Carlos I Exhibition Centre, Madrid)
Re-composition of masterpiece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PoP & CoN MiX (Youngeun Museum of Contemporary Art, Gyeonggy)
SH Contemporary Art fair (Shanghai)
2006 Contemporary Asian Art (Sotheby's New York, New York)
Cutting Edge (Seoul Auction, Seoul)
10 Faces of DAKS (DAKS Plaza, Seoul)
Bohemian space (ARKO Art Museum, Seoul)
Wish List (Insa Art Center, Seoul)
2005 Family (Insa Art Center, Seoul)
Touch touch (Gwanghwamoon Gallery, Seoul)
Conversation (Museum of Kookmin University, Seoul)
Echo beyond Time : the Traditional and the Modern (Museum of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Dynamic Life (Seoul Olympic Art Museum, Seoul)
2004 Looking at the Atelier (Insa Art Center, Seoul)
Art and PlayingⅡ (Seoul Arts Center, Seoul)
Object painting (Gallery Chosun, Seoul)
Image Utopia (Kepco Gallery, Seoul)
INDOOR&OUTDOOR (Gana Art Center, Seoul)
2003 Delicious Museum (Insa Art Center, Seoul)
Crystalization of Time (Dukwon Gallery, Seoul)
Book project (Kumho Museum, Seoul)
2002 Supermarket Museum (Sunggok Museum of Art, Seoul)
2001 The Light of the East (Seoul Arts Center, Seoul)
Nature Interpretation of 10 Artists (Dukwon Gallery, Seoul)
2000 2000 Kwangju Binnale Special Exhibition
‘Forest of Human Beings, Forest of Painting’ (Kwangju Binnale, Kwangju)
Residence Program
2015 Gana Jangheung Atelier Artist in Residence, Gyeonggy
2006-2009 Gana Jangheung Atelier Artist in Residence, Gyeonggy
2008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Collection (selected)
Nationl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Seoul Museum of Art, Seoul
Whanki Museum, Seoul
OCI Museum of Art, Seoul
Jincheon Bell Museum, Jincheon
Dongguk University, Seoul
Artist Statement
organic icon
나의 작업은 쌀을 비롯한 곡물이나 자개단추, 알약 등의 오브제를 이용하여 인물의 초상을 재현해 내는데, 오브제를 캔버스에 하나씩 붙여서 캔버스 위에서 마치 디지털 이미지의 픽셀이나 인쇄 망점으로 작용하도록 하여 하나의 도상을 구현하게 된다. 오브제와 그것으로 재현해 내는 도상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가 설정되는데, 가령 콩으로 미스터 빈(Mr. Bean)을 재현하거나 현미로 가수 현미를, 녹두로 녹두장군 전봉준의 도상을 구축해 내는 식이다. 이러한 도상과 오브제와의 관계를 통해서 캔버스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사물들은 단순한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유기적 회화-organic painting-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영국의 현대미술가로 이미 대학원 재학시절 YBA를 이끌며 화려하게 영국미술계에 등장하여 최근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를 생산하며 명실상부한 현대미술의 icon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초상을 재현하는 오브제인 알약은 그 자신이 약대 출신이자 삶과 죽음의 문제를 끝임없이 다루며 그가 즐겨 사용한 오브제로 허스트의 정체성을 담보한 물질로 설정하여 캔버스 위에 붙여 나갔다.
질병을 치유하고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시키는, 인류의 오랜 염원이 담긴 약을 제조하는 회사인 대웅제약과의 협업을 통해서 본인의 작업이 좀 더 밀도 있게 진행되어질 수 있을 것이며, ‘모두가 건강한 세상, 대웅제약이 꿈꾸는 세상입니다.’라는 대웅제약의 케치프레이즈를 작품을 통하여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기적 도상 - organic icon
식탁에서 매일 접하게 되는 쌀을 우연한 계기로 작품의 재료로 활용하게 되면서, 나에게 쌀은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우리의 옛 선조들이 한반도에 정착한 이후 가장 중요한 작물로 재배되어 온 쌀은, 오늘날 쌀 개방 이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단순한 먹을거리 이상의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나의 작품의 재료로 등장하여 이미지를 재현하는 수단이자 매체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쌀을 비롯한 다양한 곡물이 만들어 내는 형상들을 통해 쌀이 상징하는 시대적,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고 현대미술의 특징 중 하나인 재료의 확장과 도상과 재료의 유기적 관계 등을 유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대부분 낮익은 인물의 초상이거나 단순한 형태의 그림, 혹은 숫자, 색면, 그리고 도식화 된 신체기관 등이다.
콩, 팥, 녹두 알갱이들이 작은 캔버스를 조밀하게 채워 나간 색면작업은 원거리에서는 그야말로 단색회화작품으로 보일 수 있으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곡물 고유의 질감과 각각의 알갱이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와 색감을 확인할 수 있다.
녹두로 재현된 전봉준이나 콩으로 재현된 미스터 빈(Mr. Bean)은 재료와 이미지와의 유기적 관계가 형성된다. 같은 방식으로, 콩과 팥으로 이루어진 신체기관 콩팥, 그리고 콩과 팥으로 이루어진 쥐의 도상을 통해 ‘콩쥐 팥쥐’라는 전래동화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오 쩌둥, 체 게바라, 제임스 딘 등 지난 세기를 대표하는 인물의 쌀로 재현된 초상들은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기호로서 작용한다. 지난 세기의 아이콘들은 생로병사의 유기체적 순환을 통해 사라져 갔다. 그 자체가 유기적인 물질이며, 먹을거리로써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쌀과 유기체로의 몸과의 관계가 또한 유추된다. 이렇듯 다양한 시도로 구현된 유기적 도상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해석되어 가시화된 이미지와 그 안에 함축된 의미들이 공간 안에서 확장되는 사유의 장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쌀로 재현해 낸 자화상
대학원 재학 시절 나는 주변의 오브제들을 수집하고 다듬어 내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특히나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소주제로 과일이나 채소 를 석고로 떠내고 주물로 제작하기도 하였다. 먹어서 사라지거나 썩고 변해버리게 될 존재의 외형을 변치 않는 금속으로 기록하는 의미의 작업이었다.
그때 수강했던 이론 수업 중에서 100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 씩의 이미지를 채집하여 그 결과물을 전시하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덩치가 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100일 동안의 점심 밥상을 촬영한 사진들을 날짜순으로 배열해서 보여주었다. 단순한 한 끼 식사거리의 이미지들에서 먹어야 사는 삶이나 반복되는 일상 같은 이야기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런 일상의 소재와 사물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줄곧 내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2004년에 두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쌀을 캔버스에 붙여서 인물의 초상을 재현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발표하게 되었는데, 이 때 발표한 작품 중에 나의 자화상이 있다.
쌀을 소재로 본격적인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우리 농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식탁에서 매일 접하게 되는 쌀이 우연한 만남으로 비롯된 기획전시를 통해 의미 있는 표현의 도구로 재인식하게 된 이후 나에게 쌀은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옛 선조들이 한반도에 정착한 이후 가장 중요한 작물로 재배되어 온 이래 오늘날 농산물 개방이라는 상황과 맞물려 시대적 리얼리티를 담보한 물질로 부각된 쌀은 단순한 일상의 사물, 혹은 식량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며 그것은 또한 내 작품 속에서 점으로 기능하여 이미지를 재현하는 수단이자 매체이다.
인상주의의 점묘회화처럼 일정한 공간에 쌀을 한 톨 한 톨씩 붙여서 이미지를 재현해 내는 방식의 작업은 지난한 과정을 수반하긴 하지만 작품이 완성된 후의 성취감은 남다른 것 같다. 내 몸을 지탱하고 이루는 식량이자 캔버스에서 나의 모습을 재현해 내는 점들로 기능하는 쌀은 그만큼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오롯한 알갱이들이다.
점(點)으로 치환(置換)되는 오브제
수화 작품의 정수(精髓)를 꼽으라면 단연 본격적인 추상작업의 결과물인 뉴욕시절의 점화(點畵)들일 것이다.
때로는 사선으로, 때로는 둥근 원의 형태로 나란히 포개어 캔버스 위에 찍힌 점들을 바라보면 고난한 타지에서 선생이 사무쳐했던 그리움과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한 점 한 점 그려나가는 모습이 떠올라 숙연함을 느낀다.
서울에서의 보장된 모든 것을 버리고 고난이 수반된 뉴욕행을 결심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세계미술의 중심지에서 본인의 예술을 가늠하고, 나아가 국제적 언어로 승화시켜 예술혼을 불사르려는 위대한 예술가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먼 이국의 땅에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고군분투했던 수화에게 그래서 점이란 고향의 바다 물결, 산, 구름, 나무, 새, 항아리,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었다. 그리움, 아름다움, 희망과도 같은 가치들이 내재된 점. 그래서 그의 점화는 처연하게 아름답고 설레인다.
나의 작품에서 쌀을 비롯한 곡물오브제와 최근의 알파벳 유닛들은 캔버스 위에서 점으로 기능하여 이미지를 재현하거나 형상을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캔버스 위의 오브제는 재현된 이미지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여 네러티브를 내재하며 따라서 점은 사물(object)이자 기호이고 표현의 최소 단위가 된다.
기하학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비 물질적인 본질이자 실제적이고 합목적적인 요소를 지닌 기호로서의 점(點)은 모든 조형요소의 시작점이자 제로(無)이며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응축된 세계임을 역설한 칸딘스키의 정의가 수화의 점묘화와 나의 오브제 작업에서 교차된다.
캔버스 위에 나열된 오브제들이 수화의 캔버스 위에 스며든 점들처럼 다양한 이야기로 관객들과 교감하기를 기대해 본다.
Review
텍스트와 텍스쳐가 만드는 '봄'의 낭만
● 이번 전시 『Text, Texured_봄』은 2012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이동재 작가의 개인전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Text, Textured' 시리즈는 영화 속 한 장면(scene)을 알파벳 유닛으로 재현했고, 암호처럼 보이는 텍스트는 해당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담았다. 이후 2012년 이동재 작가는 비틀즈와 마돈나 등 뮤지션의 모습을 그들의 노래 가사를 바탕으로 알파벳을 붙여 캔버스에 형상화했다. 이번 신작 「Text, Textured_봄」 시리즈는 알파벳 문자가 어떠한 형상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 큰 변화를 보인다. 일단, 띄어쓰기가 없고 레진(resin)으로 제작한 알파벳은 동일한 크기로 균일하게 부착되어 있어, 작품의 형식은 문자를 의미하는 텍스트(text)와 "(밋밋하지 않고) 특별한 질감"을 의미하는 텍스쳐드(textured)라는 사전적 의미에 충실히 부합한다. 이것은 2003년부터 진행된 콩과 팥이 신체기관 '콩팥'이 되고 쌀로 '라이스 장군'을 표현하는 등 개별 작품에 대한 의미가 부각되는 직접적인 언어유희 작업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 이유는 조각을 전공한 이동재 작가의 작품은 결과적으로 서양화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캔버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이 '조각'적 맥락에서 진화하고 있다고 이해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형상이 사라진 화면은 레진으로 직접 제작한 알파벳 문자들의 '질감(texture)'이 돋보이면서 이번 전시의 소주제 '봄' 즉, '본다(watching)'라는 행위가 양감과 촉감을 가늠할 수 있는 일련의 예술적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보태어 문자의 나열은 독해가 가능한 어떤 주제와 대상에 대한 본문이라는 점에서 이동재 작가의 단색조 작품 표면은 회화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별한 마티에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의 일속산방을 꿈꾸며
● 『Text, Texured_봄』은 가나아트파크 내 레드스페이스 3개 층 공간을 개념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든 공간에 디자이너 가구 일부가 함께 연출되는데, 인간의 신체와 물리적으로 맞닿은 가구는 현대사회에 귀속된 현대인의 표상처럼 놓여진다. 이동재 작가는 1층부터 3층까지 작품의 테마를 달리한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외부와 직접 연결되는 1층은 '봄'과 '꽃' 문자 자체를 도상화 시켜 가구에 배치시켰고, 2층은 대중성의 상징처럼 남아있는 비틀즈의 노래와 매란국죽(梅蘭菊竹) 등을 주제로 연상되는 색과 그에 대한 영문 번역본을 실은 작품들이 함축된 시학의 미를 강조한다. 3층은 금강경과 반야심경 등 명상을 통한 정신적인 시공간이 연출된다.
이동재 작가는 전시 준비과정에서 다산(茶山)이 은자(隱者)의 이상적인 거처에 대해 서술한 『제황상유인첩(題黃裳幽人帖)』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다산의 제자, 황상(黃裳)이 실제 스승의 가르침대로 고향에 만든 서재, '일속산방(一粟山房)'에 은거했듯이, 이동재 작가는 속세를 초월한 과거 은자의 덕목을 예술가로서의 몫을 다하여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 이동재 작가의 작품에서 암호처럼 딱딱한 기호체계는 사실상 작가가 꿈꾸는 이상적인 시공간으로 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봉인된 안내서 역할 또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전이 숨어있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은 회화와 조각의 범주에서 미학적 해석이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 범위가 확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문학을 '시각적·입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시(詩)'는 대중가요를 비롯하여 고서 속 시조에 이르기까지 현대에 다양한 변주로 부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동재 작가가 꿈꾸는 마음 한켠의 아주 작은 방, 일속산방은 과거와 현재의 접점이자 오늘날 예술이 실현할 수 있는 정신적인 안식처가 아닐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 그곳에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 박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