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 Yura
서유라 (b.1984)
한남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017 Modern Times, 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 서울
2015 Next Code, 대전시립미술관 기획- 대전창작센터, 대전
2015 New Sensation, 이랜드 문화재단 기획-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11 Soul Trip, 가나아트 갤러리 기획- 가나컨템포러리, 서울
2008 불후의 명작, 가나아트 갤러리 기획-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7 책을 쌓다, 하나코 갤러리 기획, 서울
주요단체전
2018 The Books, LG 유플러스 아트&힐링 갤러리, 서울
2018 도서산간, 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 청주
2018 프린트베이커리- 아트 슈퍼마켓,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7 회화: 기억에서 1gram,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7 부산- 부산에 가면, 롯데백화점 광복점, 부산
2017 이상한 나라의 도서관, 마포중앙도서관 개관기념전, 서울
2017 100인 아티스트 미디어 파사드-백화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
2016 재현을 넘어- 극사실의 세계와 만나다, 무안 오승우 미술관, 무안
2016 서유라, 이은선 2인전- FOLD, PILE, 에스플러스 갤러리, 부산
2016 Be My LOVE, 롯데갤러리,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영등포점, 일산점
2015 미술, 책 篇에 들다, 교보아트스페이스 개관기념전, 서울
2015 사물의 시간, 갤러리 서화, 서울
2014 바람난 미술(서울문화재단), 서울 역사박물관, 서울
2013 아름다운 책장, 서울도서관, 서울
2012 책거리 특별전, 경기도 박물관, 용인
2012 FROM COVER TO COVER, 박여숙화랑
2012 미술가의 책, 광주 신세계 갤러리
2011 시화일률, 가나아트센터, 서울
2011 서울미술대전, 극사실회화 - 눈을 속이다, 서울시립미술관
2011 여성미술의 힘, 제주도립미술관
2010 My private collection, 가나컨템포러리, 서울
2010 선화랑 개관 33주년 기념 330인전, 선화랑, 서울
2009 놀이와 장엄 세번째-진실불허, 모란미술관, 남양주
2009 서울국제도서전 Book & Painting, 서울 COEX 외 다수
레지던스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France)
가나 아뜰리에(장흥)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거제삼성호텔
탑건설
KTB 투자증권
이랜드 문화재단
가나아트센터
박영사
세계사
여원미디어
지경사
롯데호텔 L7 강남
춘천 데미안서점
양평 황순원 문학촌소나기마을 외 다수
Artist Statement
책 쌓기 작업은 느리게 여행하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권씩 한 권씩 책을 쌓아 올리는 과정은 참 더디지만, 느리게 호흡하는 매력이 있다.
책더미 속에 숨어있는 각각의 개성 있는 이미지와 텍스트들이 어울려 하나의 그림이 되듯, 복잡하고 각박하지만 감성이 숨어 있는 우리들의 삶의 지층을 대변한다.
Review
종합의 탐구: 서유라의 근작들
언젠가 어떤 영문텍스트를 번역하는 중에 영단어 ‘개념(concept)’과 ‘지각(perception)’의 의미가 어원상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개념(concept)이 "함께(con)"와 “잡다(-ceive)”가 결합된 단어라면 지각(perception)은 “완전히(per)”와 “잡다(-ceive)”가 결합된 단어다. 즉 두 단어는 모두 이리저리, 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수집, 종합하는 인간능력을 지시하고 있다. 이렇듯 분산된 것들을 통합하는 능력은 인식의 층위(개념)에서도 감각의 층위(지각)에서도 모두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분산된 세계에 맞서 투쟁하는 수집가”(발터 벤야민)이다. 그는 오감을 동원해 감각정보를 수집하고 또 온갖 지적탐구를 통해 지식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렇게 수집된 것들은 인간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여기저기 흩어진 것들을 종합하는 능력은 나를 나로 확인하는 일, 곧 정체성(identity)의 수립에도 중요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또는 이 사람을 만날 때의 나와 저 사람을 만날 때의 나는 같은 나인가? 서로 다른 나(들)를 하나로 종합해 “나”를 확인하는 일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것이 실패하면 나는 ‘정신분열’의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합(또는 일반화)’은 역시 인간 삶의 본질적인 과제라고 해야 한다.
서유라의 작업은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의 종합하는 능력”을 탐구하려는 시도다. 첫 번째 개인전 “책을 쌓다”(2007)에서 서유라는 캔버스 화면 전체에 펼친 또는 닫힌 책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장관을 선보였다. 그녀는 이러한 ‘책 쌓기’를 ‘블록 쌓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장난감 블록들을 결합해 뭔가를 만들 듯, 책들을 결합해 어떤 전체를 만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녀는 이러한 관계를 삶의 양상에 비유했다. “책들을 각기 다른 형태와 내용을 담으며 세월이 쌓인 지층들처럼 자리 잡게 하고 싶다. 겹겹이 쌓여가고 퍼지는 책의 층들만큼이나 나의 삶도 하루씩 채워지고 혹은 넓어진다. 새로 쌓은 것은 다시금 허물어야 할 것이 되고, 그렇게 나는 분주히 움직인다”(2007년 개인전, 작가 서문) 그러니까 “책을 쌓는” 서유라의 작업은 처음에는 “세월을 쌓는 일” 그러니까 ‘내 삶을 채워나가는 일“의 유비(analogy)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 때 블록을 쌓는 ’놀이‘와 등가의 의미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간단히(어쩌면 순진하게) ”새로 쌓은 것은 다시금 허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게다.
2007년 전시 때 서유라가 보여준 화면, 곧 책들이 빽빽하게 불규칙하게 쌓여있는 화면은 구조적으로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또는 갑갑하게 보인다. 또한 서유라는 책들을 쌓아 ‘어떤 것’을 만들었으나 그 ‘어떤 것’이 무엇인지는 매우 불투명했다. 종합의 단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이를테면 책제목, 또는 툭 튀어나온 파편적 이미지들) 매끄러운 종합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 나로서는 그 어떤 것이란 기실 ‘종합(개념, 지각, 정체성…)일반’의 위태로운 구조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그렇다고 믿는 것과는 달리 인간의 종합은 항상 불완전하고 위태로운 것이다. 메를로- 퐁티의 말처럼 가령 “과거와 미래에 대한 나의 파악은 지레짐작의 것”으로서 “취약하고 잠정적이다” 그 불완전한 것을 매끄럽게 다듬기 보다는 불완전한 그 자체로 드러내는 것이 서유라 초기 작업의 특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서유라의 작업은 점차 메타 수준에서 “그 자체 불완전한” 종합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현실 수준에서 진행되는 “종합의 수행”으로 이행하게 된다. 즉 종합의 일반양태를 그리기보다는 그녀 자신이 종합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서유라는 자신의 ‘책 쌓기’에 어떤 질서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양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그녀는 마치 도서관 사서처럼 특정 주제(개념)에 따라 책들을 수집하고 그 책들을 쌓았다. 이를테면 <Korean Artist>(2008), <France Artist>(2008)는 ‘미술-국가’의 관점에서 관련 책들을 수집하여 쌓은 것을 그린 작품들이다. 이 시기의 서유라는 개념-주도의 학습을 진행 중인 학생처럼 보인다. 가령 <진화론>(2008>과 같은 작품들에서 우리는 ‘진화론’과 관련된 책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진화론에 대한 이 작가의 학습 수준을 드러낼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의 많은 작품들에 서유라는 ‘공부도’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이와 병행하여 감각이 주도하는 형식의 수준에서도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 전개되었다. 이것은 한편으로 색채조화론의 견지에서 화면에 적용된 색채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 책 쌓기에 식별가능한 형태(이를테면 하트, 별, 꽃처럼 보이는 형태들)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로써 서유라 회화의 기본단위로서 책들은 내용(개념), 색채, 형태에 따라 정돈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유라의 경우에 그러한 질서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이고 불완전한 질서다. 질서를 포함해 인간이 행하는 종합은 항상 불완전한 위태로운 것이라는 것! 이것은 처음부터 서유라 작업의 근간을 이뤘던 전제다. 학습의 결과, 또는 개념의 정립은 언제나 불충분한 미완의 상태였고 색채의 조화를 (미약하게나마)거스르는 것은 항상 존재했으며 그 형태들(하트, 별, 꽃의 형태들)은 늘 느슨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그리고 꽤 오랜 기간 서유라는 분산된 것들, 또는 흩어진 부분들을 -느슨하게나마-어떤 범주나 체계, 질서에 종합하는 실험을 계속해왔다. 2015년 대전시립미술관 전시에서 우리는 그러한 종합이 꽤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먼저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Vintage Books’ 또는 ‘Classic Books’라는 이름이 붙은 연작들이다. 이 작품들에서 우리는 흩어져 있던 과거의 파편들-고서들, 옛 아이콘들(가령 미키마우스나 덤보), 낡은 시계들의 이미지-이 하나의 화면에 종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은 작가가 ‘시간의 종합’이라는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오랜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일러준다. 여기서 과거의 시간, 경험의 지층, 기억의 심층에서 퍼 올린 낡은 것들은 현재적 지평에서 종합되어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다. 2015년 전시에서 특히 흥미로운 작품은 <Harmony Books>(2015)라고 이름 붙여진 작품들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용(개념)과 형식(지각)으로 나눠서 진행되던 종합이 이제 본격적으로 하나로 종합되기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작품은 개념으로서 ‘harmony’ 곧 ‘조화’의 탐구이면서 동시에 감각 층위에서 진행되던 형식적 조화의 즉자적(literal) 구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작가가 ‘종합의 종합’, ‘질서의 질서’를 탐구과제로 삼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Harmony Books>가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에서 선택된 틀이 ‘개념’도 아니고 ‘형태’도 아니며 악기케이스라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 채워진 것은 마찬가지로 현실에 존재하는 책들이다. 그 속에 포함되기 위해 그 책들은 절단되었다. 악기케이스 안에 빽빽하게 채워진 책들, 이미지들의 존재양상은 지금까지 서유라 작품에 등장한 어떤 관계들보다도 견고하고 단단해 보인다. 여기서 나는 책 쌓기를 ‘놀이’에 비유하면서 “새로 쌓은 것은 다시금 허물어야 할 것이 되고, 그렇게 나는 분주히 움직인다”고 했던 과거의 서유라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대신 우리는 이로부터 ‘삶’에 대한 뜻밖의 응시와 성찰을 목도하게 된다. 삶이란 그렇지 않던가? 처음에는 그저 삶의 필요에 의해 설정된 개념이, 그리고 삶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채택한 형태와 형식이 정착되고 확고해지는 순간 존재를 억압하는 틀이 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목격하게 된다(가령 오늘 아침에도 나는 누군가를 “저런 개념 없는 사람” 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니까 <Harmony Books>에 이르러 서유라는 종합의 잠정적, 불완전한 양태가 아니라 그 잠정적이고 불완전한 것이 마치 영구불변의 완전한 것처럼 되어 도그마로 행세하는 양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추측을 긍정하는 한에서 서유라는 과거보다 좀더 ‘현실(reality)’에 가까워졌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물론 이 작가는 (현실의 우리들처럼)그 억압적 상황에 쉽사리 매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취약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홍지석(미술비평, 단국대 교수)
◆ 2017. 6월호 매거진 STYLE H (사랑을 읽다)
서유라 작가는 책에서 느낀 감정대로 쌓고, 펼치고, 세우고, 뒤집어 보면서 그녀만의 러브 스토리를 쓴다. 사랑에 관한 책을 쌓은 작품은 복잡다단하게 쌓고 펼쳐진 모습을 통해 사랑은 해석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의미나 상징은 젖혀두더라도 색감과 이미지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그림이다.
◆ 2016 b art (격월간 미술문화잡지 비-아트, 김소라 에디터)
서유라 작가는 책을 그린다. 책이란 사상이나 감정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한 종이, 그것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듯 비 물질적인 ‘내용’과 종이라는 물질적인 ‘형식’이 필요하다. 서유라의 책 그림들에서는 책의 물질적 외면에 대한 사실적이고 정밀한 묘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색상, 다채로운 이미지와 문자들, 그리고 다양한 각도와 층위로 쌓여(PILE)있는 책들, 그것들은 첫 눈에 매우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서유라의 쌓여진 책들을 가만히 보면 그것들은 무작위의 무더기가 아니다. 각각의 그림들은 어린이용 책들, 성인용 연애소설, 혹은 고전물 등으로 나름의 범주에 따라 구별되어 있다. 이번에는 비 물질적인 ‘내용’에 대한 고려가 드러나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념적이고 이성적인 개입이다. 그래서 서유라의 그림들은 추상의 자리로 슬며시 이동하게 된다.
◆ 2011 개인전 전시서문 (김종길 미술평론가)
그의 현대판 '책가도'는 책을 그리되 작가적 상상력으로 화면을 재구성한 것이며, 주제어와 더불어 책의 상징과 의미를 타전하는 회화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의 책가도는 그의 심부에 쌓아 놓은 서가이자 그 서가의 기표들이 떠올라 수없이 다양한 소리로 외침으로 확산되는 확성기다. 소울 트립은 그런 소리에 끌려 심부로 들어가 책들의 기표에 가 닿는 도서기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