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 Jonguk
유종욱 (b.1969)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석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개인전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중국, 홍콩, 서울, 제주 개인전 30회
단체전
다수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제주도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제주 하얏트리젠시
몽골국립자연사박물관
몽골국립역사박물관
2008 노벨문학상수상자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ézio)
일본 후쿠오카 NHK갤러리
한국마사회
일본마사회
세계델픽 문화올림픽 조직위원회 (독일)
Artist Statement
말이 좋아, 말을 찾아, 말을 사랑하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동물들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초기작품들의 대상들도 주로 동물들이었습니다. 조용히 동물들과 나누는 무언의 대화가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나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말의 상징성을 표현한 도자조형연구-제주조랑말을 중심으로-“라는 대학원 논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제주로 향했습니다.”
유종욱 작가는 말의 조형과 상징성에 매료되어 제주에서 말이 나고 자라는 생태환경 속에서 같이 호흡하며 말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제주의 말을 형상해왔다.
말은 기호이며, 흙은 우주적 입자의 응축된 파편이다.
조각은 하나의 원자로서 시간과 에너지 흐름, 기(氣)의 파동을 품고 있다.
이제 그것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 존재의 결로 드러난다.
“내가 창조하는 모든 조각은 시간의 파편이다.
해체된 입자들은 다시 조합되어 파동을 이루고
에너지의 공명으로 다가온다.”
“ 조각의 파편들은 입자처럼 존재 하다가 서로 얽힘의 관계를 갖는다.
자체로는 완전한 형태가 아니지만, 조합되는 순간 새로운 이미지로 변환된다.
이 과정은 마치 양자상태가 관찰을 통해 현실화 되는것처럼
나의 의도와 직관을 통해 파편화된 조각들이 조형적 현실로 마주하는 것이다. ”
나는 작업은 말(馬)이라는 형태로 단단히 고정된 조형이 아니라
공간을 매질삼아 얽히고 도약하는 하나의 기(氣)의 흔적이다.
말은 에너지 흐름의 상징이었고 이제는 형태가 아닌 입자와 파동을 넘어 양자장에 이르고
우주적 시공간을 유영하여 공명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나는 형태를 해체하고 파편화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를 구성하는 에너지의 입자를
마주한다. 이 파편들은 부스러기가 아니라 기억의 조각이고, 형상의 가능성이다.
입자가 동시에 여러상태로 존재하다가 관찰에 의해 하나의 현실로 붕괴되듯
나의 조각들도 확정되지 않은 이미지들 속에서 새로운 형상으로 조합된다.
조각의 일부는 평면에 가깝고, 또 다른 일부는 입체를 띄며 파동처럼 리듬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안에서 입자이자 파동인 존재, 해체이자 생성인 언어, 그리고 분리되어 있지만
얽혀있는 관계들을 탐구한다.
각각의 파편은 독립된 조각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전체안에서 의미를 나눈다.
나는 지금 묻는다.
이 파편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나는 그 가능성의 어디쯤에 있는가?
나는 그 파편들을 하나씩 손끝으로 들여다본다.
마치 우주의 가장 작은 입자들이 중첩되고 얽혀있다가 어느 시선 아래 하나의 현실로
피어나는 순간처럼...
이제 조각들은
입체이자 평면이고,
멈춰있으면서도 흐르고,
부서지면서도 자란다.
Review
제주조랑말과 오색무지개, 우주 속에서 나를 찾는 행복의 다리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 미술사 박사)
유종욱은 말[馬] 중에도 제주조랑말에 대해 진심인 보기 드문 작가이다. 대학원 논문의 제목도 ‘말의 상징성을 표현한 도자조형연구-제주조랑말을 중심으로’였다. 그렇다고 제주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제주조랑말 표현연구에 매진했으니, 제주가 제2의 고향이 된 셈이다. 대체 어떤 매력에 푹 빠졌길래 평생의 사명으로 삼았을까. 그래서 제주의 삶 속에 녹아든 유종욱의 제주조랑말 이야기가 더욱 친밀하고 흥미롭다.
Myth, Spirit, Sublimity, Curiosity, Happy Horse …. 유종욱 작가가 제주조랑말을 조형적으로 해석하며 사용한 작품의 제목들이다. 이 중에도 ‘Curiosity’란 제목이 눈에 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성이라고 했다. 특히 아인슈타인은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았을 뿐이다”라고 고백했다. 유종욱 호기심의 시작과 끝은 제주조랑말이다. 그 호기심은 제주조랑말을 ‘신화 속의 숭고한 영혼을 담은 행복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세상의 말은 200개의 품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서 순수 혈통의 제주 조랑말은 ‘제주마(濟州馬)’라는 공식 이름의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예부터 나무 밑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체구라 하여 ‘과하마(果下馬)’로도 불렸다. 고려시대 1073년(문종 27)과 1258년(고종 45) ‘탐라에서 고려에 말을 예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제주도 특유의 환경에 오랜 시간 적응하면서 근력과 지구력이 독보적인 특별함도 지녔다.
‘제주말 갈기 외로 질지 바로 질지’라는 제주도의 속담처럼, 바람 많은 제주에서 말의 갈기 방향을 어찌 짐작하겠나. 그 말의 잠재적 매력을 어떻게 되찾아 빛을 내주는가에 따라, 제주조랑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유종욱은 회화와 도예 연구를 겸했다. 흙의 물성(物性)에서 나오는 원시성, 생명력,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손으로 빚어내는 재능을 지녔다. 그가 보여주는 제주조랑말의 모습은 철학적이면서 문학적이며, 신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호기심을 발산한다.
“흙은 물을 만나면 흙물이 되어 사라지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주어지면 뭉쳐지며, 시간이 지나면 건조됨으로써 형태를 이루는 특성을 가졌다. 여기에 불(열)이 더해지며 새롭게 태어나니, 나의 작품에는 ‘물(水),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오행(五行)의 우주 이치가 담긴 셈이다. 우주의 150억 년, 지구의 46억 년, 지구생명체 시초 43억 년, 현생인류 5만 년 전이란 시간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먼지 한 톨의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에서 찰나의 순간을 살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니, 더없이 생명의 고귀함과 참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유종욱의 작품은 현대도예의 새로운 가능성과 확장성을 잘 보여준다. 전통적인 도예 제작방식을 따르되, 해체와 재조합 그리고 회화적 요소를 곁들여 특유의 조형어법을 창출해낸다. 겉보기에 다소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미감을 자아내는 것은 원시 토기 제작의 한 방법인 마연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도판의 판형을 자유롭게 찢고 붙이는 과정을 거친 후, 마음에 드는 원시적 색감을 얻기까지 표면을 수백 수천 번을 문질러 결국 자연스러운 광택을 완성해낸다. 이렇게 거친 표면을 다듬어 매끄럽게 성형하는 완성과정은 수행자의 고행과도 흡사하다.
거칠게 찢어진 파편들의 단면과 표면이 물성 본연의 부드러움을 되찾아가고, 유기적으로 분방한 조각들을 재조합해 상상 속에 잠든 형상을 새롭게 깨워낸다. 유종욱의 작업은 이러한 ‘인식의 재구성 과정’이다. 제주조랑말의 형태를 빌어 태고의 제주 신화를 시각화한다.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제주만의 숨겨진 이야기를 대신 전하고 있다. 우주의 티끌 같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제주를 쏙 빼닮은 그 조랑말의 형상을 빌어 대서사를 간결한 시로 풀어내고 있다.
초기 작업은 흙이 지닌 원시성을 표현하기 위해 ‘무유소성―색을 입히지 않은 소성’ 방법을 사용했다. 유 작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물성이 지닌 자연스러운 색감이다. 특히 작품의 주재료인 흙의 본질적인 색감을 존중하고자 노력한다. 흙의 원성을 살린 바탕에 절제된 색감을 간결하게 더한다. 주로 무지개 패턴의 오방색을 띠나 점 형식으로 적당히 연출한다. 이는 우주에서 나온 파장을 상징하거나, 재조합된 파편 형상 내면의 정신성을 시각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거침과 부드러움, 겉면과 내면, 절제와 확산 등 서로 다름이 공존함을 보여준다.
“가까운 지인에게 ‘너는 제사장 같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작품뿐만 아니라 가까이서 일상 삶까지 지켜보던 친구의 말이다. 원시사회나 있을법한 제사장 같다는 표현은 그만큼 우주와 지구, 하늘과 땅, 그 사이를 중재하며 소통하는 중개자 혹은 통로로 바라본 것이 아니었을까. 한때 종교에 심취했을 적엔 목사가 되라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 실제로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다. 결국 지금은 ‘현대사회에서 예술가로 살면서도 제사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손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우주가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게 되길 희망한다.”
유종욱의 최근작 중에 <Happy Horse>라는 제목의 시리즈 작품이 있다. 서로 마주 선 제주조랑말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장면이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마치 ‘짧디짧은 인생을 뭐 그리 박하게 사나요, 매사에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가져야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모든 작품에 무지개 색띠를 넣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행의 균형을 이루듯, 세상 만물의 조화로움을 꿈꾸며 행복의 세레나데를 유종욱의 조랑말이 불러주는 것이다.
물에서 생명이 나고, 대지에서 그 생명이 성장하며, 삶의 나날이 쌓여 역사와 신화를 만든다. 제주는 생명의 섬이며, 신화의 신비를 품고 있다. 유종욱은 제주 신화의 산증인이자 주인공으로 제주조랑말을 선택했다. 구부정한 등허리는 제주오름의 형상이며, 타고난 지구력과 인내심을 제주인의 품성을 닮았다. 유종욱은 불규칙한 파편 조각으로 제주조랑말의 형상을 재구성했다. 수많은 시간과 역사도 제자리에서 유기적으로 재조합되는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