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Geun-Taek

이근택 (b.1974)

세종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3 Trip (예인갤러리/ 위례.분당)

         Red Roof (갤러리자작나무/ 서울)

2021 시-선展 (갤러리이즈/ 서울)

        시-선 초대전 (갤러리 밀레플러스/ 제주)

        이근택 초대전 (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2019 The trip展 (KBS시청자갤러리/ 서울)

2018 "Healing" 이근택 초대전 (갤러리 아트리에/ 경기)

2017 The trip展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2016 이근택 초대전 시선-바라보기 (갤러리자인제노/ 서울)

2015 이근택 초대전 (갤러리 일호/ 서울)

2014 이근택 초대전 시선-바라보기 (갤러리M/ 서울)

2013 백운갤러리초대전 시선-바라보기 (백운갤러리/ 서울)

        시-선 이근택 개인전 (갤러리이즈/ 서울)

        개관 기념 초대전 (공감갤러리/ 서울) 

2011 아트앤컴퍼니 기획초대전 (신한PB센터/ 역삼동)

2010 이근택 초대전 (사비니갤러리/ 경기)

2009 氣韻生動... 이근택 초대전 (갤러리스페이스모빈/ 서울) 

        초대전 “선線 의 유혹” (자인제노 갤러리/ 서울)

2008 초대전 "선線 의 유혹" (Gallery Hosi, ToKyo / Japan) 

        신진작가 창작활동 지원展 (갤러리라메르/ 서울) 

2007 GOLD ROSE I 展 (단성갤러리/ 서울) 

        GOLD ROSE II 展 (포항문화예술회관/ 포항)


부스 개인전 

2021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서울)

2020 한국구상대제전 (ON:TACT 군집개인전)

2019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서울)

        GICAS2019 (국가산업단지 구미보세장치장/ 구미)

2018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서울)

2016 스푼아트페어 (킨텍스/ 경기)

2015 아트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2 SCAF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1 아트서울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현대작가15인 부스전. cre,do (서울미술관/ 서울)

2009 디자인페어 "솔솔" 초대작가展 (코엑스/ 서울)


아트페어

2022    k-아트페어 (인터컨티넨탈코엑스호텔/ 서울)

           제주국제화랑미술제(라마다프라자호텔/ 제주)

           코리아아트쇼(컨벤션센터/ 수원)

           BAMA (벡스코/부산)

2021   서울아트쇼 (코엑스, 서울)

          경주아트페어 (화백컨벤션센터, 경주) 

          대전국제아트쇼(골든하이 컨벤션센터.대전)

          더코르소 아트페어-대구(그랜드호텔, 대구)

2020   아트광주 온라인쇼 

2019   블루아트페어 (시타딘 해운대 호텔, 부산)

           SCAF (롯데호텔 소공동점, 서울)

          구미아트페어 (보세장치장, 구미)

          아트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경남국제아트페어(컨벤션센터, 창원)

          조형아트서울 (코엑스, 서울)

          아트부산 (벡스코 , 부산) 

          서울아트엑스포 (코엑스, 서울)

2018   아트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블루호텔아트페어 (해운대그랜드호텔, 부산)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서울) 

          대전국제아트쇼 (무역전시관, 대전)

          아트경주 ( 화백컨벤션센터, 경주)

          경남국제아트페어(컨벤션센터, 창원)

          조형아트서울(코엑스, 서울)

          아트부산 (벡스코, 부산)

          핑크아트페어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

          SIAE 서울아트엑스포 (코엑스, 서울)

2017  대전국제아트쇼 (무역전시관, 대전)

          Handmade Korea Summer (코엑스, 서울) 

          더코르소 아트페어/울산 (롯데호텔, 울산) 

          BAMA 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더코르소 아트페어/구미 (금오산호텔, 구미) 

          하버아트페어 (마르크폴로호텔,홍콩)

2016  스푼아트쇼 (킨텍스, 경기)

          대구아트페어 (엑스코, 대구)

          KIAF 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힐링아트페스티벌 (코엑스, 서울)

          호텔아트페어 인 대구 ( 라온제나호텔, 대구)

          아트부산 ( 벡스코, 부산)

          아트경주 ( 화백컨벤션센터, 경주)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벡스코, 부산) 

2015  대구아트페어(엑스코, 대구)

          아트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서울)

          인천 메세나 아트페어 (인천종합예술회관, 인천)

2014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COAX, 서울)

2013   대구아트페어 (대구엑스코)

2012   SCAF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1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COAX, 서울)

          아트서울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09   디자인페어 "솔솔" 초대작가展 (코엑스, 서울)

           Hong Kong ArtWalk 2009 (Moon Gallery, Hong Kong)


단체 및 초대 기획전 2000~2022

2022   Accompany (갤러리밀레플러스/제주)

           April2022 (갤러리자작나무/서울)

           개관기념전  현대미술,그들을 만났을때 (베카갤러리/서울)

           K옥션 프리미엄 (K옥션/서울)

           서울옥션 (서울옥션/ 서울)

2021   연말연시 기획초대전 (콩세유 갤러리, 서울)

           Three+One (갤러리 가르다/갤러리 작업실의오후, 순천)

           서울옥션 (서울옥션, 서울)

           K옥션 프리미엄 (K옥션, 서울)

2020   처음엔 그냥 걸었어(갤러리자인제노, 서울)

2019   코리아 아트 페스티벌(온세아트센터, 충북)

           회화의 표현과 동향전 (수성아트피아, 대구)

           갤러리썬 개관기념전 (갤러리썬, 경기)

2018   여행자의시간 展 (BNK 아트갤러리, 부산)

           시선집중展 (DGB Gallery, 대구)

           찾아가는미술관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경주)

           어서와! 사라지기 展 에 (반포대로5, 서울)

2017   구로디지털단지&문화예술 (Jnk디지털타워B1 전시장 , 서울) 

           이근택, 김은미  The trip 展 (GS타워 더 스트릿 갤러리 , 서울)

           여행2017전lll (갤러리 M , 서울)

2016   써머 아트 콜렉션 (코스모스갤러리, 강화도)

           " Spring Art Collection" (코스모스갤러리, 강화도)

           " 2016여행"展 (M갤러리,서울)

2015   " 강화도에그림보러가자"展 (코스모스갤러리,강화)

           Color with Soul (갤러리호감, 서울)

           설명절 특별전 (가가갤러리, 서울) 

2014   The Pause (키미아트, 서울)

           한-카 현대미술작가전 ( 287 Bridgeland Ave. Toronto)

2013   ‘DISPENSE KOREA'(SPACEWOMb Gallery,New York)   

2012   SCAF (한가람미술관,서울)

           K옥션 온라인경매(K옥션,서울)

           선에서 선으로 2인전 (EDA갤러리,서울)

           사랑나눔경매 (K 옥션, 서울)

           Young Artist Exhibition (갤러리이레,헤이리)

외 다수



 

작품협찬

브라보 마이 라이프(SBS드라마)/ 황금빛 내인생(KBS드라마)/ 왔다!장보리(MBC드라마)/ 상속자들(SBS드라마)/ 메티컬탑팀(MBC드라마)/ 커피하우스 (SBS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MBC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MBC드라마)/ 즐거운 나의집(MBC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KBS드라마)/ 바람불어 좋은 날(KBS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MBC드라마)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시몬느/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제주현대미술관/ 백운갤러리/ 한국지오매틱스/ ㈜영신인더스트리/ 제주도립미술관/ 한국불교미술박물관/ 포항시청/ 성남아트센터/ 영신기계/ 외 개인소장

Artist Statement

감성을 표현하고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작업이라는 것은 그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인에게 있어 작업의 진정한 목적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처음 거치는 시선의 개념과, 즉흥적이며 우연적인 표현을 드러내면서 그 속에 내면의 본질적인 면을 끄집어내는 데에 있다.

특히 ‘그린다’라는 기초적 표현방법들로 형과 색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과정과 사진 기법의 혼합, 디지털 변환이라는 매체의 수용을 통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시선의 재현으로써 심미적 가치가 아닌 현대적 드로잉의 개념적 접근으로서 작업의 의미를 이끌어 내 보고자 한다.

화면은 주로 동시대 현대인의 일상과 우리들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경쾌하고 분주한 도시의 일상, 그쳐 지나가듯 연적인 순간의 포착, 감각의 교차하는 순간의 기록처럼 본인의 시선을 통해 만들어진 현실은 반짝이는 감각적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현실과의 관계를 소통하는 매개체로서 고정된 시선의 대상을 선택하고 인식하는 과정과, 손으로 캔버스라는 화면에 드로잉 하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나타나는 본인의 선, 색, 터치들이 또 다시 디지털 이미지들로 변형되어져 새로운 환영의 세계로 인도하게 된다.

거리를 다니다 무심코 고정된 시선의 이미지들은 현실적 공간의 재현이 아닌 본인만의 가상세계의 복제라 할 수 있다.

결국 개인의 경험과 체험이 차곡차곡 쌓여 그것을 드러내는 총체적인 방식이 드로잉이라 볼 때 본인의 현실의 공간들은 하루하루 비춰지는 일기와 같은 것이며 본인의 머릿속에서 항상 드로잉 되고 있다.


작품설명

매혹적인 도심의 야경이나 이국적인 풍경을 강렬한 인상에 주목하면서 명암과 색상의 대비가 극명한 이미지의 차용과 재현을 통해서 꿈의 시나리오를 재생산한다.

디지털의 속성인 픽셀로 구조화 된 것을 재조립하고 명암의 그라데이션을 최소화하여 선택적 색상으로 대상을 재현함으로써 이미지에 사실성보다는 환상성을 보여준다.

세필을 이용해 수많은 선을 긋고 색칠해 밤새 침묵에 잠겼던 도시가 깨어나려는 순간을 실감 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잠들었던 도시가 깨어나는 과정과 흐름에 주목했지만 도시를 바라보는 풍경으로도 눈을 돌려 그곳의 어둠과 빛을 캔버스에 옮겼다. 밤새 잠들었던 것이 깨어 나려는 고요한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기 직전의 뭔 지 모를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두운 곳에서 비로소 빛이 그 가치를 인정받듯, 대낮에 내리쬐는 햇살보다 캄캄한 하늘에

서서히 번져가는 야광이 더 눈길을 잡아 끈다.


작업노트

나는 풍경을 그린다. 아니 정확하게는 ‘빛이 된 색’을 그린다.

“확실한 색의 대비가 강한 시각적 자극을 준다”고 믿는다.

나는 그간 색 묻힌 붓을 들고 펼쳐낸 세상의 풍경은 바로 그 신념의 표현인 셈이다.

나의 그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딘가로 떠나고 싶게 만들거나

혹은 지난 여행의 날들이 회상되어 그리운 생각을 품게 만드는 설레는 마음을 느끼게 만든다.

이 그림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시대를 담아낸 중요한 기록으로 남는다.

미세먼지 가득한 도시의 공기를 지워내듯 밝고 깨끗한 청명한 풍경을 상상하며

흑백 풍경 속에서 그 속에 숨겨진 도시의 색을 상상하며 찾아볼 수 있기를...

Review

이근택 개인전에 부쳐

- 각인된 시선과 인상적 재현 -

 


주성열(예술철학/미술비평, 세종대)

 

프롤로그-바라보기


“만족되지 못한 욕망이 몽상을 충동하는 힘이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몽상은 욕망의 실현이며,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의 수정이다.” -프로이트

 

이근택은 매혹적인 도심의 야경이나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엑스트림 스포츠의 강렬한 인상에 주목하면서 명암과 색상의 대비가 극명한 이미지의 차용과 재현을 통해 꿈의 시나리오를 재생산한다. 디지털의 속성인 픽셀로 구조화 된 것을 재조립하고 명암의 그라데이션(gradation)을 최소화하여 선택적 색상만으로 대상을 재현함으로써 이미지에 사실성보다는 환상성을 부여한다.

 

일견 평범한 그림으로 보이지만 색면으로 칠해진 듯한 화면 가까이로 다가서면 무수한 선으로 중첩되거나 작은 색면이 모자이크 형식으로 조직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형식은 이미 이전의 작품에서 구축된 그만의 조형 언어가 의미를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과거 그의 작품에서의 존재감 불분명했던 미세한 선들이 모여 마침내 만들어낸 형상들은 작가의 고행이 축적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이 미세한 면(面)과 선(線)의 축적물이기는 하지만 임파스토(impasto) 기법의 입체감을 드러내는 방식은 아니며, 철저하게 세필을 사용한 선들은 2차원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는 평면적 특성을 지닌다.

 

작가의 암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세상의 가치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스포츠의 경제성에 함몰된 현실의 가치변화와 문명에 감춰진 야만의 모습의 환상성을 명암이나 채도의 의도적인 조작으로 외형적인 조형성을 구축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는 판단은 그림이 보여주는 이색적인 풍경에서 얻어진 결과이다.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으나 기억자의 몸을 떠나 이식된 기억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은 남는다. 그의 그림이 인간 구원의 성스러움에서 출발하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세속적인 가치로의 관점에 다다르고 있는 까닭이다.

 

 

첫 번째 증상-침묵의 언어로 재현하는 정체성

 

필자는 이근택의 그림을 대하면서 비평적인 부분과 임상적인 부분을 동시에 살펴야한다는 숙제를 스스로 지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작가가 드러내지 않고 있는 불만족스러움 혹은 불편함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 몸의 것은 털어냈다지만 마음의 것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채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외형적 형식뿐만 아니라 그림이 감추고 있는 사실을 밝히는 일 또한 의미 추적자의 역할임을 모르지 않는 까닭이다.

 

파울 클레는 근원적인 그림을 위해 원초적 기억인 유아적 상상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작가의 미적 감수성은 삶의 적응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마음의 비어 있음과 결여를 채우려는 열망, 살아온 날들이 만들어 준 기억의 응어리가 누적된 정서가 사유 혹은 감각의 재현으로 되돌아 나온다. 미켈란젤로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같은 시간이라도 어떤 때는 기꺼이 환각에 눈이 멀 수도 있고, 분명히 지금 보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을 관조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화려함이 둘러싸고 있는 사람 혹은 사물의 뒤에는 화려함의 크기만큼 그늘이 드리워진다.

 

평범한 주제와 새롭지 않은 형식을 무기로, 작가는 기억의 중첩을 아름답게 표현하려는 의도로 온 힘을 다해 작업에 몰입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림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조금은 서늘하고 우울해 보이는 작가의 시선에 있다. 삶의 고통을 견디려는 독백을 반복하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대상화한다. 그림이 위대한 이유에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일지언정 작가 내면의 증상들을 그대로 드러내는 진정성도 포함된다. 스스로를 다르게 말할 수 없는 불가능의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근택의 그림은 어쩌면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인다.

 

3차원으로 열린 풍경이지만 재현된 그림은 2차원의 도식적인 풍경에 머물면서 나라는 좁은 세계에 갇힌 외부의 원인으로부터 나타나는 수동적 변용이 작품에 투영된다. 타인의 존재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인지 비애를 머금고 있으며, 나의 정체성이 타자와 확고하게 구별 짓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정체성의 혼란과 더불어 이중적인 자아의 모습도 나타난다. 작가와 일체감을 지녔던 체 게바라(Che Guevara)를 재현하기도 했고, 거침없이 욕망을 실현하는 스포츠 스타로 재현되기도 한다.

 

 

두 번째 증상-욕망 이미지의 재현과 소멸


이근택은 자신을 달리 말하기 위해 새로운 조형언어를 택했으나 그림 속에서 발현되는 빛의 에너지는 구체성이 미약하여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중심성맥락망막염’이라는 증세처럼 선은 보이지 않고 이미지만 보인다. 선들이 제시하는 것은 부재하는 작가의 현존이다.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되었지만 원본의 이미지와 유사성을 지녔으므로 나라는 존재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드러난다. 작가의 몸 끝에서 나온 선이지만 이미 재현된 도식적인 이미지를 복제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인지 분명하지가 않다.

 

작가는 꾸어야 할 꿈을 미리 설계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구축 중인 꿈을 묘사한 듯한 이미지는 사방으로 자유롭게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펠트나 퀼트의 매끄러운 구조를 닮아있으면서 다른 꿈의 상징체계로서 스타를 욕망한다. 하늘마저 채운 인간의 욕망이 유령처럼 공간을 떠돌고, 성스럽고 깨끗해 보이는 세계는 사회가 꾸민 가치로 뒤바뀔 수 있음을 예견하는 듯하다. 문명은 인간의 추상적 사유를 이끌어내면서 욕망을 분열하게 만든다. 숨 막히고 긴장으로 뭉쳐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유토피아의 환상을 키우고 있으나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몽상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유혹의 이데올로기이다.

 

이근택이 지각한 세계는 명암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혼란스러운 세계이기에 변하지 않을 세계를 꿈꾸고 있다. 쏟아낸 말들이 소통의 수단이듯 솜털 같은 붓 터치는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흔적과 다르지 않다. 촘촘하게 얽힌 어망과 같은 세상살이에서 승리한 자의 배경에도 무수한 가시밭길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유령 같은 승리의 단물은 순간적으로 변해 독물이 되므로 스타들의 영광을 찬미하기보다는 경제 논리에 얼룩진 이면을 배경으로 삼는다.

 

전쟁터와 같은 스포츠 마케팅의 공간을 즐긴다는 것은 끔찍한 것들이 감춰져 있음을 알고도 모른척하기와 유사하다. 야경 또한 실재가 감춰진 가짜의 풍경, 즉 불빛으로 장식된 건축물의 허상 이미지로 스펙터클함으로 흥미를 끌지라도 현실에 기생하는 꿈속의 풍경이기도 하고 실재의 묘사이기도 하다. 명암의 전환을 통해 현실이 사라지고, 사라지는 이미지 위에 드러나는 색의 향연이 환상의 창처럼 다채롭다. 화면은 떠도는 선들이나 떠도는 색의 유동적 이미지와 검은 담즙처럼 쓰디쓴 화폐의 증기로 출렁거린다. 스타가 만드는 환상 저 너머의 순수한 욕망에 이르기 위한 모욕당한 기표들을 추스리는 도시에 매혹되면서도 도시의 일상에 갇히기 싫어하는 작가의 태도, 사라져가는 나와 구별되지 않는 나는 여기저기에 표류한다.

 

 

세 번째 증상-치유로서 몸의 선율

 

사물과 인간의 고유성이 교환가치로 전락한 시대에 빛나는 것은 더욱 빛나고 화려한 것은 더욱 더 화려해진다. 보는 일이 힘겨울 정도로 세상은 이미지로 넘쳐나며, 이미지가 우선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에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마저 망각하고 있다. 현실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발전을 지향하는 이중적 태도로 인해 병든 영혼이 되어 가혹한 질주를 멈추지 못한다. 육체는 가벼워지기를 열망하나 그 자체가 권태로운 무게이다. 은유를 생산하지 못하고 동일한 형식을 수없이 반복하는 증상에서 억압의 배경이 무의식의 차원에 있음을 알기에 그림의 배경 또한 부재와 불가능성의 공간이 선으로 만들어져 면으로 이행되는 집요함이나 편집증적인 인상을 주므로 막다른 길처럼 답답하다.

 

그가 선택한 색상은 벽화 작업에서의 안료의 체험이 바탕이다. 색의 결핍과 혼색의 불편함을 피하고자 몇 개의 색만을 선택하여 세속 도시가 찬미하는 것들의 짝퉁과 헛것의 중첩을 통해 판타지의 형식으로 리드미컬하다. 그에게 그림은 감응의 대상이며 그림 그리는 일이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가혹한 숙명일 것이라는 짐작은 선인장 가시처럼 마음의 사막에서 솟아오른 선과 면들이 저토록 몸을 관통하고 있는 까닭이다. 필자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삶의 쓰라린 정경 앞에서 색과 사물이 함께 생생하던 날에의 그리움이 그를 엄습했다는 것이다.

 

남겨진 선들이 채운 공간은 나만의 비밀을 간직한 듯한 이미지들의 접합으로 간단하게 읽히지만 무언가 남겨진 숙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불편하기도 하다. 선들이 그리는 그림은 몸으로 채운 선율이기에 먹먹하다. 아무리 세심하게 단속해도 처절한 고독과 상처가 들여다보인다. 매순간 희미한 중얼거림에 가까운 형식은 잘게 부서진 아픔, 유년의 상처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는 놀이처럼 보인다. 놀이(선율)가 많다는 것은 깊은 상처를 덮으려는 위장술이다. 무질서한 대상들에 일정한 구조를 부여하는 놀이로서의 그림은 대상을 간략하게 묘사하고 변용하는 즐거움으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의미가 사소하고 소박하다 해서 미숙하다는 오해를 낳아서는 안 된다. 작가에게 그림이란 공터를 메우는 일이며, 빈 구덩이에서 꽃을 피우는 일이다. 삶을 정제하는 일이다.

 

그림의 바닥은 작가의 분신들로 가득 차 있으며, 개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나르시즘(Narcissism)적 풍경은 자연의 존재가 인간 세속의 상처를 품고 있음을 선연히 드러낸다. 몸의 행위에 집중해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상상력의 층위에서 감각의 층위로의 변환으로 인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미묘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선과 선이 접속해 생산한 무수한 점의 집합은 면을 이루고, 그것이 만들어 낸 새로운 형상은 나를 닮고 있으나 나는 닮지 않아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사물을 지각한다는 것은 원초적 대상과의 관계이기도 하므로 상처를 전시하고 유토피아가 결코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님을, 살다보면 몰라야 할 진실도 있음을 깨닫는 경지이다. 혼돈으로 충만한 선들은 정돈되어 유기적인 형상으로 드러나 몸을 사용하는 원초적 표현을 극대화한다. 인생은 무미건조한 긴장의 연속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에필로그-진단

 

“깨어있는 모든 사람에게 세계는 하나이며 공동의 것이지만 잠자는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세계가 된다.” -헤라클레이토스

 

좌표가 사라지면 자유가 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좌표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온다는 말이 스친다. 어둠을 걷어내는 건 빛이지만 존재를 건져 올리는 일은 작가의 몫이다. 고뇌를 통해 존재는 심화되며, 익숙한 방식에서도 새로움은 나오는 것이므로 작품 스스로가 힘을 얻거나 지니도록 해야 한다. 절대적인 개성은 범속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탄탄한 형식으로 빛날 때 드러난다. 짐멜(Simmel)은 근본적으로 모든 예술작품에는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감상의 대상으로서의 소극적 미술품이 아니라 인간행동을 변화시키거나 조형 언어로 소통하는 작품을 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림은 평범한 것일수록 다른 것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지식이라 하기에 부족하거나 과학적 지식의 속성을 지니지는 못하지만 블랑쇼의 말처럼 ‘끝없는 바깥세상’을 향해 열려진 세계이다.

 

주체와 대상이 희미하게 숨겨져 있는 세계, 주체도 대상도 없는 듯 보이는 환상적인 이미지는 어렵지만 여러 겹의 마음, 다양한 층위의 공간과 만날 수 있음을 암시하지만, 그가 만든 풍경은 우리의 촉각적인 판단이 다가서기에 한계를 지니거나 대립된 방향으로 나아간다. 주체가 없다는 것은 그 이미지들의 연관을 붙들어 매주는 서정적 자아의 통일된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대상이 없다는 것은 이미지가 지시하는 지시대상이 불분명하거나 말소되어 있어서 이미지를 다른 그 무엇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도 대상도 없어 중얼거림에 가까운 이 고백은 삶의 세부를 알기는 어렵지만 작가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근택 작가가 예술의 역할을 지나치게 신봉하기보다는 삶과 밀접한 예술을 추구하고 감동적인 체험을 구체화하는 작가로 남기를 감히 바라면서 자기 현실에 충실해 보이는 그림을 두고 투박한 억측이나 따분한 훈계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작품 전부를 말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창작자가 작품을 해명하는 일은 창작자의 의도를 초과할 수 있기에 불가능하므로 그의 그림이 체험을 넘어 세상을 그리워하는 이유임을 이해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 작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신념이지만 자신의 소명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가지고 있던 재능마저 잃어버릴 수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