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on, HyunJin
권현진 (b.1980)
현재 고려대학교 세종교양교육원 겸임교수
학력
2003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 전공 학사
2006 Pratt institute, Fine Art Department, Painting 전공 석사
2012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미디어아트 전공 석사
2016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회화전공 박사
전시경력
개인전
2023.02 "Visual Poetry Pixel Puzzle", 프린트베이커리 워커힐 플래그십스토어, 서울
2021.07 “보는 세계, 그 너머를 찾아서”, 표갤러리, 서울
2017.05 “Visualization of the Invisible_불가시의 가시화”, 표갤러리, 서울
2016.10 “Visual Poetry_Color Fantasy”, 헤럴드갤러리, 서울
2015.11 “Visual Poetry”, 한경갤러리(한국경제신문사), 서울
2015.10 “Visual Poetry_Available Light”, 유중아트센터, 서울
2015.01 “Essence of Colour”, Gallery by the Harbour, 홍콩
2013.06 “Visual Poetry_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 청작화랑, 서울
2012.12 “Visual Poetry”, 가일미술관, 가평
2012.07 “Visual Poetry”, 쉐마 미술관, 청주
2008.07 “Visual Poetry”, Mako Education Centre, Mako, 헝가리
2006.04 “Graduate Thesis Show,” Pratt Institute, Steuben South Gallery, 뉴욕
프로젝트
2022 "더 글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2020-2022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미디어파사드”, 서울
2021.07 “Urban Break” 코엑스 B홀 미디어 게이트, 코엑스, 서울
2018.04 “아트부산” 전시장 미디어파사드, 벡스코, 부산
2015.08 “DAKS”, 2015 FW 의상 콜라보
2013.05 “세텍 서울 아트쇼” 전시장 외관 파사드
2013.05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 피아노 콜라보, 경기문화재단
2013.05 “서울 오픈 아트 페어” 공식티셔츠
2012.12 “모네의 수련 그리고 그 이후”, 국민은행 을지로 본사 로비 영상
2010.10 “과천 국제 SF영상 축제”, 국립과천과학관, 과천
2009.12 “서울 빛 축제”, 광화문 광장, 서울
2009.05 “디지로거가 되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서울
단체전
2022.06 “시대의 눈: 해석된 달항아리”, 갤러리나우, 서울
2022.02 “서울리빙디자인페어X카카오 그라운드X”, 코엑스, 서울
2022.02 “호령전_범을 깨우다”, 원갤러리, 서울
2022.02 “매거진큐 창간 10주년 기념 전시회”, 갤러리H,서울
2021.09 “대구 사진 비엔날레”, 대구
2021.09 “전남 수묵 비엔날레”,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
2021.05 “Art Central Hong Kong”, 홍콩 컨벤션센터, 홍콩
2021.05 “Art Busan”, 벡스코, 부산
2021.03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20.11 “Urban Break Art Asia”, 코엑스, 서울
2020.09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 Online Viewing
2020.05 “Art Central Hong Kong”, Online Viewing
2020.02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19.12 “HYPER SALON”,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2019.10 “Art Taipei”, Taipei World Trade Center Exhibition Hall1, 대만
2019.08 “Art Asia”, 코엑스, 서울
2019.05 “Art Busan”, 벡스코, 부산
2019.02 “Asia Hotel Art Fair”,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2018.12 “Mainichi Auction Preview”, 마이니치 옥션 하우스, 도쿄
2018.11 “Christie’s Asian Contemporary Art Day Sale Preview”, 홍콩 컨벤션센터, 홍콩
2018.11 “Art Asia”, 킨텍스, 일산
2018.10 “Art Taipei”, Taipei World Trade Center Exhibition Hall1, 대만
2018.08 “Asia Hotel Art Fair”, 인터콘티넨탈호텔, 서울
2018.08 “Mainichi Auction Preview”, 마이니치 옥션 하우스, 도쿄
2018.05 “Christie’s Asian Contemporary Art Day Sale Preview”, 홍콩 컨벤션센터, 홍콩
2018.04 “3rd Black Lots”, 온라인 옥션 프리뷰, 서울 옥션 블루전시장(호림아트센터), 서울
2018.04 “Mainichi Auction Preview”, 마이니치 옥션 하우스, 도쿄
2018.04 “Art Busan”, 벡스코, 부산
2018.02 “케이옥션 자선 + 프리미엄 경매 프리뷰”, 케이옥션 전시장, 서울
2018.01 “Art Stage”, Marina Bay Sands Expo & Convention Centre, 싱가폴
2018.01 “LA Art Show”, Los Angeles Convention Center, 미국
2017.12 “Art Kaohsiung”, The Pier-2 Art Center, 대만
2017.12 “Art Lab”, 표갤러리, 서울
2017.12 “케이옥션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프리뷰”, 케이옥션 전시장, 서울
2017.11 “Art Edition 2017, 유중아트센터 유중팩토리, 서울
2017.11 “Christie’s Asian Contemporary Art Day Sale Preview”, 홍콩 컨벤션센터, 홍콩
2017.10 “Print Photo Art Market”, 블루스퀘어, 서울
2017.09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2017.08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인터콘티넨탈호텔, 서울
2017.06 “Art Formosa”, 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 대만
2017.05 “Art Busan”, 벡스코, 부산
2017.01 “LA Art Show”, Los Angeles Convention Center, 미국
2016.12 “Art Kaohsiung”, The Pier-2 Art Center, 대만
2016.11 “Context Art Miami”, Miami Beach, 미국
2016.11 “Spoon Art Show”, 킨텍스, 일산
2016.09 “Affordable Art Fair”,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
2016.08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메리어트호텔, 서울
2016.05 “Art Busan”, 벡스코, 부산
2016.03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15.11 “Shanghai Art Fair”, 상하이, 중국
2015.11 “Bank Art Fair”, Pan Pacific Hotel, 싱가폴
2015.06 “Art Busan”, 벡스코, 부산
2015.04 “권현진, 장준석 이인전”, 표갤러리사우스, 서울
2014.12 “Scope Basel Miami”, Miami Beach, 미국
2014.11 “New Asia Sympathy and Difference”, 쉐마미술관, 청주
2014.09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2014.05 “Hong Kong Contemporary Hotel Art Fair”, Excelsior Hotel, 홍콩
2014.05 “서울 오픈 아트페어(SOAF)”, 코엑스, 서울
2014.03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14.01 “시각의 항해” (영상미디어협회전)”, 팔레드서울갤러리, 서울
2013.12 “서울 아트쇼”, 코엑스, 서울
2013.12 “세텍 서울 아트쇼”, 세텍전시장, 서울
2013.12 “부산-홍콩 문화 교류전”, 영화의 전당, 부산
2013.10 “2013 시민청 하반기 담벼락 미디어/뜬구름갤러리 기획전”, 시청, 서울
2013.09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2013.09 “Houston Fine Art Fair”, George R. Brown Convention Center, Houston
2013.08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콘래드호텔, 서울
2013.05 “Hong Kong Contemporary Hotel Art Fair”, Excelsior Hotel, 홍콩
2013.05 “서울 오픈 아트페어(SOAF)”, 코엑스, 서울
2013.03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13.01 “도약의 스마일전”, 청작화랑, 서울
2012.12 “Art Asia”, 코엑스, 서울
2012.11 “Seoul Contemporary Artstar Festival”, 예술의 전당, 서울
2012.11 “Korea Festival”, Gallery by the Harbour, 홍콩
2012.09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2012.06 “남송 국제 아트페어”, 성남 아트센터, 경기도
2012.05 “Hong Kong Contemporary Hotel Art Fair”, Park Lane Hotel, 홍콩
2011.12 “부산 국제 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2011.09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2011.07 “아트앤컬렉터 미술상 수상 기념전”, 팔레드 서울 갤러리, 서울
2011.05 “서울 오픈 아트페어(SOAF)”, 코엑스, 서울
2010.11 “대한민국 미술축전”, 킨텍스, 일산
2010.11 “부산 국제 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2010.09 “열림공감 展”,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0.08 “Northeast Asia Art Festival”, Sunshine City, 도쿄, 일본
2010.02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하얏트 호텔, 홍콩
2010.01 “2010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전”, 페이스갤러리, 서울
2009.10 “중한 당대 미술가 초대전”, 안휘성 허빼이 미술관, 중국
2009.04 “서울 오픈 아트페어(SOAF)”, 코엑스 인도양홀, 서울
2009.03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문갤러리, 홍콩
2009.03 “2009 홍콩 아트 워크”, 문갤러리, 홍콩
2008.10 “Beyond the Cloud”, 문갤러리, 홍콩
2008.02 “Northeast Asia Art Festival”, Convention Center (ANNEX), Kitakyushu, 일본
2007.06 “GIAF,” Korea Center, 베이징, 중국
2006.05 “Fusion”, Galleria Janet Kurnatowski gallery, 뉴욕
2006.05 “M.F.A Graduate Show”, 프랫 맨하튼 갤러리, 뉴욕
2006.04 “Annex Show”, Annex Gallery, 첼시, 뉴욕
2006.03 “A Merging of Minds…”, 프랫-헌터 콜라보레이션 쇼, 뉴욕
2006.03 “Point of Departure”, 덤보 아트 쇼, 뉴욕
2005.11 “Pratt in Tuscany”, Pratt Institute, 스터번 갤러리, 뉴욕
2005.10 “Progressive”, Paula Barr Gallery, Chelsea, New York, NY
2005.06 “Tuscany Show”, 투스카니, 이태리
2005.04 “NOHO NY Art Walk”, Commerce bank, 뉴욕
수상
2006 Pratt Institute Certification of Excellence, Outstanding Academic Achievement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아트뱅크, 홍콩 한국대사관, 국민은행 을지로본사, 서울대학병원, 삼미건설, 스타자동차, 미창석유, 리솜 리조트, 한국경제신문사, 세아특수강, 루이비통 재단 등 다수
Review
이미지 탐험의 새 지평 : 보이지 않는 것의 가시화
미술학 박사 권현진
1-1. 요약
지난 세기의 중심 과제였던 근대주의에 의한 미술은 21세기를 맞아 재사유를 필요로 한다. 이전 세기의 미술에서 가령 추상화란 지각 가능한 자연 이미지를 제거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환영을 배제한 2차원 평면으로 환원코자 했다는 데 뜻이 있다. 예컨대 몬드리앙은 보이는 자연의 외관을 수평수직의 형식으로, 그리고 말레비치는 플라톤적 절대형태로 각각 환원하였다.
이제 이러한 의미의 환원주의 미술은 그 기반 자체를 재고해야 할 때다. 21세기 미술은 재현과 서술, 그리고 환영을 지우고 비워나가는 20세기 패러다임의 연장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의 미술은 우리시대의 과학적 세계관이 주창하는 시간과 공간의 여분차원(extra dimension)으로 눈을 돌려 이미지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향에서 재고해야 한다. 그 방향은 추상회화의 원조인 칸딘스키와 몽드리앙 그리고 뉴욕 추상표현주의가 지향했던 가시적인 자연을 개념적인 것으로 환원시키고자 했던 것과는 어쩌면 정반대의 방향에서 해법(지표)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분으로 존재하는 불가시적 세계의 이미지를 가시세계의 것으로 불러들여 이것들을 현존세계의 이미지와 융합함으로써 이미지의 가능성을 확장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이는 세계의 시⋅공간의 해체는 물론 재구축을 빌려 존재 가능한 세계의 이미지를 적극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21세기 미술이 다루어야 할 이미지란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초극해서 종래의 본질이나 형식 같은 관념적 요소로부터 이미지는 해방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창발될 가상이 이미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1-2. 아이디어 면
나의 근작들은 이전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들에서 형식을 추출하는 의미에서의 추상이미지를 다루지 않는다. 자연의 내용들을 비워가는 추상화가 아니라 그 역의 맥락에서 용합과 혼성에 의한 추상이미지를 다룬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단 눈을 감고 잠시 동안 빛을 봤을 때 안구에 맺히는 가상의 환영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그려내려는 데서 시작한다. 이는 과거의 추상적 사고를 역으로 추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빌려 끝없는 구축과 해체, 재구축을 통해 융합과 확장을 빌려 창출할 수 있는 이미지를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처음 의도와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가 창출되기도 하지만 더 많이 또 다른 시각적 무의식이 작동함으로써 새로운 낯선 이미지들이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빛의 흐름, 색의 흐름, 물감의 흐름 등 새로운 배열을 시도하며 혼합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캔버스 안의 것만이 아닌 캔버스 밖에서 움직이는 여분의 것들을 보다 선호하게 된다. 이런 데서 예기치 않은 가상이 창출되기를 기대하기 위함이다.
근작들에 등장하는 주 이미지들은 그럼으로써 가상의 추상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이것들은 현대 양자물리학의 끈 이론이 시사하는 여분차원에서 영감을 받아 컴퓨터를 써서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것들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끈이 아니라 브라이언 그린(B. Green) 같은 초끈이론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양자적 진동으로 이루어지는, 요컨대 눈으로 볼 수 없는 가상적 끈의 진동 패턴과 에너지를 동반하는 가상의 끈들의 연결을 상징한다. 이는 물방울과 같은 거품효과들을 만들어 시각적 착시 효과를 주려는 시도를 포함한다. 이 이미지들은 현실 이미지에서 추상한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추상적 사고로부터 출발하여 변형과 융합을 거쳐 만들어지는 가상의 이미지들이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고 재배치하여 만들어진 우리 시대의 추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들은 여러 형태의 다원적 세계 속에 존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추상적 가상이미지는 관람객들의 상상과 무의식을 자극하여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유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1-3. 소재와 방법 면
가변적 추상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나의 시도는 입체회화작업과 미디어작업을 두루 병행하고 이들을 연계하고 융합함으로써 이미지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있다. 나의 <Visual Poetry>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입체회화작업은 변형 캔버스의 조작을 빌리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에 굴곡을 주고 그 위에 색들을 칠하고 광택을 주어 고정된 평면에 유동적인 조각적 입체공간을 창출한다. 이는 평면의 2차원을 3차원의 복잡계로 확장하기 위함이다.
미디어작업은 영상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보고 있는 듯한 환영을 만들고자 하는 데 뜻이 있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추상적 이미지를 확장시켜 관람객들의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을 아울러 자극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아트를 빌려 전통 이미지와 융합시키고 확장시켜 디지털 환경 안에서 아날로그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담아내고자 하였다. 전통회화에서 보여주는 매체적 물질성과 테크놀로지를 융합하여 단지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아닌 예술의 자율성과 독창성을 기반으로 미술의 확장성이 극대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Visual Poetry>는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아직 보지 못한 것 까지도 볼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감각만이 아니라 감은 눈과 마음의 눈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각적 환상은 물론 캔버스 밖의 세계와 가상까지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다. 나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환상은 단지 시각적 지각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시각적 지각뿐만 아니라 촉각적 지각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하나의 원근법으로 그려진 공간만이 아니라 단일 시점으로 파악 될 수 없는 가변적이고 다양한 추상적 형태와 색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단순히 감각적 시각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다양한 시점으로 시각을 자극하기 위해 촉각을 포함한 공감각(共感覺, synesthesia)을 빌려서 인식되어야 한다.
1-4. 예상되는 결과
나의 근작 <Visual Poetry> 시리즈는 이전 세기의 굳은 이미지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우리의 희망, 꿈, 비밀, 감정 등을 투영하는 거울이기를 기대한다. 색의 배열과 움직임에서 관람객들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나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배려하기 위함이다.
나의 근작들은 회화와 시라는 최소한 두 개의 장르의 융합을 시사한다. 시적 표현효과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채도를 최소 7~8도로 높이고 색의 농도가 강한 하이크롬 색상을 사용했다. 물감의 가변적 표면효과나 재료의 물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얼룩이 거품과 같은 표면효과를 유발해서 추상표현이미지를 극대화하였다. 그럼으로써 강한 자극을 만들고 표현효과를 증대시키고자 했다. 고채도의 색면과 함께 색면들 사이에서 부상되는 거품효과는 종래의 추상화가 보여주는 단조로움을 깨뜨림으로써 표현효과를 증대시키려는 데 의의가 있다. 신비로운 느낌과 함께 시적 환영과 환상이 동반되는 결과가 여기서 창출될 것이다.
이처럼 근작들은 본다는 것의 의의를 과거의 그것과 배타적 입장에서 접근했다. 칸딘스키가 추상화를 발견했을 때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봤듯이, 우리 시대 또한 기존의 회화에서 학습했던 추상화가 아닌 그 너머의 세계로 것에서 추상회화의 판을 궁구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추상 세계에서 떠나 이것들의 해체와 재배치를 빌려 오늘의 다원적 세계를 창출해야 한다.
21세기 추상회화의 ‘글로벌 로드맵’ 구상
: 권현진의 근작 <Visual Poetry>에 시사된 “불가시의 가시화”의 경우
김복영┃미술평론가⋅철학박사⋅전 홍익대 교수
권현진이 국내외전을 통해 2천 년대에 줄곧 탐색해온 <Visual Poetry>는 그 연륜 만으로도 어언 십여 년을 헤아린다.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이렇게 ‘눈으로 읽는 시’visual poetry에 집념을 경주케 했고 또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작가가 지난 해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하이크로마와 스푸마 효과를 이용한 추상표현의 실험과 미디어 활용 연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의하면 ‘색채는 곧 작가의 내적⋅감각적 이상 세계를 표현하는 언어’요 ‘오늘의 추상회화는 이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그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평범한 이 구상은 작가가 제10회전을 맞는 근작전은 물론 이후에 도래할 미래의 변곡점變曲點이자 ‘21세기 글로벌시대의 추상회화의 복원’이라는 보다 진지한 거대담론을 담고 있어 그 의의가 크다. 작가가 모색하고 있는 미래지향적 거대담론이란 한 마디로 ‘불가시의 가시화’visualization of the invisible로 요약된다. 이 말은 회화에서 색채란 색채 그 이상의 것이며 이 의미에서 색채는 하나의 ‘언어’parole라는 걸 함의하지만, 탈근대기 이후 글로벌기global era의 추상회화의 복원이라는 보다 심대한 키워드를 담보한다는 데 또한 뜻이 있다.
작가가 근작전을 빌려 시도하는 추상회화의 글로벌 복원recovery에 대한 의지와 아이디어는 작가 자신만으로 볼 때는 파괴력이 크지 않을지 모르나 ‘글로벌기’라는 시대의 지평에서 볼 땐 전[全]지구적 의의를 시사하는 임팩을 갖는다. 권현진은 먼저 이를 자신의 입장으로 좁혀 말한 다음 글로벌 회화의 근본 문제로 확장시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화의 영토에서 ‘본다’는 건 이전에 보았던 회화의 방법적 원리를 해체한다는 걸 뜻한다. 20세기 초 칸딘스키가 처음 추상화를 구상했던 건 이전 사람들이 보지 못한, 그래서 기존의 관점을 해체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는 이 가능성을 위해 기존의 것을 새로운 형식으로 변형하고 재배치함으로써 새것을 성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본다는 건 이전의 것을 해체하고 새로운 세계를 재구축하는 데 있다. 추상적 시각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의 추상회화란 그러나 애초 칸딘스키가 순수추상을 구상했던 것과는 달리 잡다한 세계를 아우르는, 요컨대 개념⋅감각의 혼합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 이는 칸딘스키의 시대와는 아주 다른 잠재력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작업노트, 2017>에서 번안).
이 언급은 작가가 근작전에 즈음해 과거 유럽 추상회화의 원조인 칸딘스키와 몽드리앙은 물론 후기 근대기의 뉴욕 추상표현주의가 지향했던 이른 바 ‘가시적인 것의 불가시적인 것으로의 환원’reduction of the visible toward the invisible의 방법과 정면 대결하려는 의지를 표명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이란 모두冒頭에 말한 ‘불가시의 가시화’로 요약된다. 이는 이를테면 근대기의 추상화로부터의 코페니쿠스적 전회를 뜻하는 것이라 잘라 말할 수 있다. 더 자세히 말해 작가가 지난 세기의 ‘추상’抽象 abstraction이 근거했던 환원주의還元主義 reductionism가 기반했던 토대주의土臺主義 foundationism를 거부하고 글로벌시대의 주류사상인 반[反]토대주의anti-foundationism를 지향함은 물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근대기의 일원주의unarism를 버리는 대신 다원주의의pluaralism의 입지를 지향코자 한다는 걸 강조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오랜 시간 회자되었던 전통적인 추상화는 재사유를 필요로 한다. 20세기 미술에서 추상화란 형상을 제거하고 재현과 서술 그리고 환영illusion의 제거를 뜻했다. 이는 전근대 회화에 대한 부정을 선언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 그 결과 삭제와 제거를 시도하고 궁극적으로는 평면 조건인 흰 사각 캔버스라는 지지체를 강조했다’(같은 글에서 번안).
작가에 의하면, 이젠 이러한 의미의 추상화란 버려야 할 때다. 아니 본질이나 형식 같은 억압적 요소로부터의 해방을 통한 요소들의 융합을 시도할 때다. 그럼으로써 일체를 비워나가는 추상화가 아니라, 그 역으로 채움은 물론 확장을 시도하며 이를 위해 해체와 재구축을 꿈꾸는 추상화를 창출할 때다. 이 일환으로 빛⋅색⋅물감의 흐름을 재배치하고 이 과정에서 불가시적인 것들을 가시화하며 무엇보다 실재를 넘어 가상성virtuality을 불러들일 때다. 이는 다원적인 것들을 용인하고 이것들의 변형과 재배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나의 <Visual Poetry Sculpture>는 살아 숨 쉬는 우리의 희망⋅꿈⋅비밀⋅감정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나의 작품은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환상과 캔버스 바깥의 세계는 물론 가상까지 보고 또 담고자 한다. 시지각은 물론 촉지각으로 이해되는 가변적인 추상형태를 수용하고 단일 시점으로 파악될 수 없는, 보다 더는 시점을 떠난 영상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이용함으로써 끊임없이 움직이는 환영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아트를 전통 추상회화와 연관시키고 디지털 환경 안에다 아날로그를 담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단순히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아닌 일체의 것들을 융합하고 확장하는 추상회화를 창출하고자 한다’(같은 글).
작가의 이 언급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방출한다. 색채는 가장 단순한 작품에서 조차 최고 순도의 스푸마spuma를 빌림으로써 강열하다. 이 시도는 종래의 근대주의가 내걸었던 흰 사각 캔버스에로의 환원과 같은 최대의 단순성이라는 명제에 대한 반란이다. 근대 회화가 숭상했던 토대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를 위해, 근작전에서 권현진이 시도하는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 평면의 2차원을 3차원의 복잡성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이는 근대주의가 일구었던 추상회화를 방법적으로 해체하는 최대의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회화의 바탕재를 2차원 캔버스 대신 굴곡이 가해진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요철의 웨이브가 갖는 삼차원의 유사입체로 대치함으로써, 회화란 항상 평면위에서만 운위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배제하는 데 있다. 그럼으로써 작가가 작품의 명제로 부여한 ‘비주얼 포에츄리 스칼프쳐’가 시사하는 것처럼, 보는 것과 읽는 것을 융합하고 여기에 조각적 입체 공간을 추가하고 융합을 시도한다.
다른 하나는 ‘비주얼 포에츄리’visual poetry라는 명명命名처럼 회화와 시적 언어parole poétique를 융합하는 것이다. 이 시도는 추상회화를 시적 유비類比 analogie poétique로 확장하는 상[相]전이phase-transition를 뜻한다. 이는 회화와 시詩라는 두 개의 장르를 아우르는 방법이어서 글로벌 트렌드의 융합적 경향을 극화하는 것으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그 방법은 색채의 3속성을 어휘목록으로 간주해서 다차원화하고 이를 빌려 시적 메아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색상Hue은 최소 세 개에서 다섯 개에 이르고 명도value와 채도chroma는 최고에서 중간을 거쳐 최저에 이르는 다단계화를 의식적으로 시도한다. 이것들 하나하나를 언어의 자질을 구비한 어휘목록으로 활용함으로써 상호간 메아리가 동반되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차용 광택제의 눈부신 원색을 의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도입하고 있는 글로벌화를 위한 추상회화의 주요소는 무엇보다 현대양자물리학의 끈이론 내지는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 주장하는 여분차원extra dimension의 제 형태요소들이다. 이것들은 거품효과나 끈들의 네트워크, 나아가서는 물방울의 것들로 렌티큘러 효과renticular effects를 극대화하는 데 활용된다. 이렇게 해서 근작들의 화면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의 조합이 가변성을 띠고 보는 사람에 따라 극단적인 착시錯視 illusion와 환영幻影 hallucination을 즐길 수 있도록 자극한다.
이러한 제 방법과 절차를 빌려 권현진은 그간 십여 년간 시도해온 불가시의 세계를 가시화하는 의지를 보다 더 확장하고 있다. 이 시도는 다시 말하건대, 근대주의가 추구했던 가시적인 것들의 은폐와 평면으로의 환원이라는 축소지향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이는 전 세계가 그토록 선호한 확실성의 토대를 허물고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을 전면에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이야 말로 작가가 우리에게 색채의 언어를 빌려 유동하는 시적 가상the poetic virtual을 선사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과 수단이다. 그가 창출하는 가상은 최근 가상실재the virtual real라는 말로 회자되고 있는 미증유의 실재개념을 추상회화를 빌려 재부각시키고 있어 그 의의 또한 적지 않다.
그것은 색채로 이루어지는 가상시virtual poetry라는 그 자신의 독창적인 방법을 빌림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고 읽는 근사 삼차원의 영상을 선사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보는 세계, 그 너머를 찾아서
: 권현진 근작 《Visual Poetry》 전
미술평론가 김복영 | 전 홍익대 교수⋅철학박사⋅미학예술학
컬러리스트 권현진은 2016년(박사학위전) 이후 지금까지 「불가시의 가시화」를 주제로 색채의 ‘하이크로마’(high chroma)와 ‘스푸마’(spuma)를 빌려 전적으로 색채로서만 가능한 원초의 세계를 다루어왔다. 그간 작가가 보여준 건 색채를 넘어 빛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데 있었다. 작가가 찾는 세계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형상의 세계가 아니라 색의 광휘와 연무(煙霧, mist)가 만들어내는 신비한 가상의 세계였다. 이 세계는 요컨대 탈근대 이후 세계의 작가들이 주목해온 ‘가상’(simulacres)의 세계를 색에 의한 탈형상으로 격상시키려는 데 궁극적 과제가 있었다.
작가는 이 세계를 우리가 결코 볼 수 없기에 비가시의 세계를 가시화하는 방법이자 수단이라 자임했다. 이를테면 일상의 세계를 서술하는 산문(散文)이 아니라 운문(韻文)으로 압축한 시(poetry)를 회화로 치환하는 지름길이라 확신했다.
작가가 이번에 내놓는 《Visual Poetry》는 그간의 탐구 결과를 고도로 숙성시킨 최근 버전이다. 종래의 그것이 작고 섬세한 수소의 물방울이 윤무(輪舞)하는 세계를 형상화했다면, 근작들은 강열한 색조들을 정방형 입체의 ‘하드에지’(hard edge) 표면을 채우거나 이를 균질한 크기의 사각형의 셀로 축소시켜 미소 사각들의 하드에지를 도열하거나 이를 미디어에 의해 유동하는 사각들의 조합구조를 시도한다. 작가는 근작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나의 근작들은 단순한 구조가 계속해서 번복되는 순환성에 의해 움직이는 듯한 시각적 환영이 자아내는 착시효과를 빌림으로써 관객들이 꿈을 꾸거나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하였다.
가변적 추상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평면회화와 함께 3차원 정육면체의 표면과 미디어작업을 병행함으로써 이미지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해서 보는 사람들이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이 아닌, 아직 보지 못 한 것까지도 볼 것으로 기대한다(「작업노트, 2021」에서 번안).
이 언급에 의하면 근작들은 우리가 육안으로서 보다는 마음의 눈으로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시각의 환영을 창출하려는 데 뜻이 있다. 메를로-퐁티는 일찍이 이를 두고 이렇게 예견한 적이 있다. ‘회화의 깊이란 외적인 것에 대한 조망이거나 단순히 그것들과의 물리광학적 관계는 결코 아니다. 화가의 세계란 세계가 화가 쪽으로 겨냥하는 데서 화가로 하여금 세계를 그처럼 보도록 함으로써 화가를 탄생시킨다’(L'oeil et l'esprit, 1961, 69쪽). 그에 의하면 마음 안에서 작동하는 화가의 세계는 우리의 외부에 실재하는 세계와 달리 우리의 정신 안에서 구현되는 ‘자립적 형상의 스펙타클’(autofigurative spectacle)이다. 이 또한 권현진의 작품에도 잘 들어맞는다. 그녀의 마음에서 작동하는 고채도의 스펙타클이야말로 자립적인 환영임에 틀림없다.
필자는 이에 더하여 권현진이 창출하는 근작의 환영이란 지상의 그것을 넘어 천상의 그것을 불러오는 최상급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우리로 하여금 초월의 세계를 보게 하는 ‘팬태스마’(phantasma)의 그것이라 해서 족할 것이다. 그녀의 세계는 그럼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미지의 것을 보게 할 뿐만 아니라 듣게 하는 ‘팬텀뮤직’의 요동치는 운율을 느끼게 한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잠깐의 환영을 선사한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일찍이 이를 일러 환영을 보게 한다는 뜻으로 ‘판타제인’(phantazein, to make phantom visible)을 연극을 비롯한 시의 본질이자 최상급으로 여겼다. 아니 ‘그처럼 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necessarily to make it visible)는 데서 예술의 기원을 찾았다. 이 점에서 권현진의 근작들은 보는 사람들을 열정적으로 위무(慰撫)하고 또 배려한다. 이는 굳이 그러한 선례를 우리 미술에서 찾자면 1960년대 청전(靑田)의 남화풍에서 형이상학적 비경을 보거나 1970년대 수화(樹話)의 조밀한 픽셀의 유동하는 하늘에서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설화를 들을 것만 같은 착각을 권현진의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선례는 색의 화려함 대신 무채색과 형상의 잔잔한 유동을 빌렸기에 권현진의 선례라 하기에는 궤가 다르다 하리라.
이러한 지적은 권현진의 근작들이 보여주는 것에 관한 한 너무 정태적이고 수동적인 면면이라면, 그녀의 세계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아서 단토(Athur Danto)가 전세기말 30년사(1970~1990s)의 격변기를 살았던 헤겔⋅비데마이어 같은 전위작가들의 세계를 가리켜 말한 다음의 언급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의도는 세계를 변혁하려는 데 있었다. 마치 기지의 세계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세계란 미적인 간주곡(aesthetic interlude)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위한 하나의 도덕적 모험(a moral adventure)의 산물이었다. 그러한 한, 그들은 미술의 역사상 충격적인 시대를 살았다. 그건 제도권의 관심에 대한 저항이자 보는 것의 역사에 대한 예견치 않았던 저항이었다(Linda Weintraub, Art on the Edge and Over. Art Insights, Inc. 1996, 12~16쪽. Arthur Danto, Hegel⋅Biedemeier⋅The Intractably Avant-garde).
단토의 이러한 격한 언사는 그가 이보다 앞서 르네상스 이래 서구미술의 종언을 예견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는 헤겔⋅비데마이어 여타 다루기 껄끄러웠던 당시의 전위작가들의 작품에서 미래 예술의 새 가능성을 보았다. ‘미술의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의 부활’을 보았던 것이다. 그가 보았던 세계는 기지의 세계를 연장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도래할 미래예술을 위한 도덕적 모험이었다. 이야말로 보는 것의 역사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기존의 미적 제도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 또한 권현진의 《Visual Poetry》가 시사하는 보다 적극적인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작품은 따라서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을 보여준다. 하나는 우리의 근현대 대가들의 전통을 잇는 미적 간주곡으로서의 그것이자 또 달리는 보는 것의 역사를 뒤집는, 그럼으로써 그 너머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실험적 선점이자 이를 앞당기기 위한 도덕적 모험이 아닐까싶다. 작가는 적어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러기에 권현진은 한편으로는 온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인한 유동하는 이미지를 창출해 왔다. 작가는 선대의 그것을 계승하지만 달리는 경직된 조형의 세계를 해체한다. 아니 이를 위해 실재하는 형상의 세계를 전복함은 물론 그 너머를 보고자 색채의 강열한 고채도와 스푸마를 빌린다. 그럼으로써 누구나 즐거워할 색채의 팬태스마를 선사한다.
일찍이 권현진은 이를 멀리는 비잔틴 시대의 추상장식과 고딕시대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았고 가까이는 지금은 잊혀진 한국의 삼국시대를 전후로 강열했던 우리의 유채색 복식문화의 전통에서 21세기의 하이퍼 리얼의 색채회화를 재창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1, 7